글로벌 시대를 맞아 슈퍼 리치들이 선호하는 주거 지역도 유럽과 미국에서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종전과 다른 것은 슈퍼 리치들의 직업과 삶의 기준에 따라 선호하는 주거 지역이 차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처럼 기업 성과가 경영자에게 많이 돌아가는 초자본주의(super capitalism) 시대에 있어 CEO형 슈퍼 리치들은 영국의 런던과 싱가포르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런던의 하이드파크 주변은 전 세계 CEO들 간 주거지역 확보 경쟁까지 나타나는 양상이다.

세금이 낮은 데다 어느 지역이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글로벌 경영을 추진하는 CEO들이 이들 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 상품을 활용해 재산을 늘려가는 재테크형 슈퍼 리치들은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이자 정보 접근이 용이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이 많은 뉴욕을 여전히 1순위로 꼽고 있다.

하지만 세계 금융의 중심축이 뉴욕에서 런던과 프랑크푸르트,홍콩과 상하이로 점차 다변화되면서 뉴욕 집중 현상도 다소 약화되는 양상이다.

주식 투자자는 런던,채권은 프랑크푸르트,부동산은 상하이,그리고 승부욕과 투기 성향이 강한 슈퍼 리치들은 홍콩으로 주거 지역을 옮겨가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또 현직에서 물러난 은퇴형 슈퍼 리치들의 경우 재산을 늘리기보다는 유지하는 차원에서 세금을 비롯한 각종 비용을 덜 내는 대신 날씨와 자연 경관이 뛰어난 휴양지를 선호한다.

비록 조세회피 지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이 붙어 있긴 하지만 카리브 연안을 가장 선호하는 가운데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남부지역,캐나다 밴쿠버,남아프리카 공화국 등도 인기가 높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은퇴형 슈퍼 리치들이 꿈의 주거 지역으로 꼽았던 미국 플로리다는 과중한 세금과 잇단 허리케인 피해에 따른 치솟는 보험료 등으로 이제는 유입 인구보다 유출 인구가 더 많은 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다.

미국 최고 부동산 전문가로 통하는 컬럼비아 대학의 메이어 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으로 사람의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전 세계적으로 입지가 좋은 주거 지역의 가격은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컨대 미국의 뉴욕과 보스턴,영국의 런던,아시아의 싱가포르와 같은 교육과 문화 환경을 골고루 갖춘 이른바 슈퍼 스타 도시들은 앞으로 35년이 지나면 더 이상 매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아쉽게도 서울을 비롯한 한국 도시들은 슈퍼 리치들이 선호하는 주거 지역에서 제외되어 있다.

높은 생활비에다 지정학적 위험,정책당국의 규제 등이 많아 슈퍼 리치들이 주거 지역으로 선택하기에는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