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미래다] (4) 런던 시티大의 도약 : 은행ㆍ보험 등 전공 세분화... '시티' 맞춤형 인재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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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정호씨(21)는 영국 런던시티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유학생이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채씨는 최고 명성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대가 아닐 바에야 시티대가 꿈을 이루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믿음에는 변화가 없다.
런던시의 지원을 받는 시티대는 세분화된 전공, 현장 밀착형 교육 등 런던 금융중심지 '시티'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양성으로 유명하다. 학부생인 채씨의 전공이 일반 경제학(Economics)이나 경영학(Business Management)이 아니라 '은행 및 국제금융(Banking and International Finance)'이라는 점은 시티대 교육이 얼마나 전문화돼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채씨는 "런던시티대는 금융허브 런던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 양성에 포커스를 맞추기 때문에 대부분 1학년 때부터 세분화된 전공에 따라 금융현장에서 통용되는 이론과 실무를 집중적으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허브 런던 대학들 사이에서 기업과 시장이 필요로 하는 인재육성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세계적 금융회사들의 집결지'시티'에서 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대학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런던시티대의 성공은 다른 대학들의 집중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시티대의 학교 발전 전략의 첫 번째는 '학생과 고용자(기업)의 수요에 부합하는 최고의 전문성 교육'이다. 모든 교육 프로그램은 이 원칙에 따라 마련된다. 학교가 빠르게 성장하게 된 비결이다. 채정호씨와 같은 과에 다니는 폴란드 유학생 마그다레나 테레흐씨는 "금융회사들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맞춰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문성이 높다"며 "단순한 금융이론이 아니라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이 제공하는 실제 데이터를 놓고 강의가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채씨와 테레흐씨는 1학년 때부터 '뱅킹-상업 및 투자은행''금융시장 일반''기업회계 기초'등을 필수 과목으로 배웠다. 금융전문가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금융법,회사법 등도 배운다.
지난 3일 오후 런던 '시티'지역에서 멀지않은 곳에 자리잡은 시티대학 그레이트홀에선 대규모 취업설명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골드만삭스 JP모건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투자은행과 상업은행들은 물론 액센추어 PWC 언스트영 등 세계적 회계ㆍ컨설팅법인,피델리티 등 글로벌 펀드운용사 등 30개 가까운 기관이 채용부스를 설치하고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면접을 가졌다.
BNP파리바 채용담당자는 "시티대 졸업생은 학부와 대학원 가릴 것 없이 금융 각 부문별 전문성 교육이 강점이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의 선호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의 유력 일간지 더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런던시티대(80.6점)는 졸업생 취업유망성 평가에서 영국 내 5위 대학으로 지난해보다 두 계단 올라섰다. 이는 케임브리지대(87.9점)보다는 순위가 떨어지지만 전통의 명문 옥스퍼드대(78.6점)보다는 앞선 것이다.
시티대가 산업과 교육을 연계시켜 대학 발전을 꾀하는 전략은 금융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 필적하는 뮤지컬 중심지 '웨스트엔드(Westend)'가 런던에 자리잡은 것을 활용한 공연분야 교육마케팅도 활발하다. 자체적으로 공연관련 전공을 학부와 대학원에 설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런던예술교육학교 등 7개 기관과 제휴, 이들 대학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할 경우 시티대 명의로 학위를 주고 있다.
손병각 시티대 CASS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런던은 금융허브이면서 뮤지컬을 중심으로 한 공연허브로 이들 산업과 연계된 금융,법률,그리고 공연 전문인력 양성 수요가 많다"며 "이 같은 시장 니즈(needs)를 적극 수용한 시티대 프로그램은 대학과 산업이 시너지효과를 내며 발전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금융 및 공연산업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해당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시티대 교육이 알려지면서 선진 산업을 배우기 위해 유학오는 학생이 많아 대학재정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런던=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