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나가는 해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FDI)가 크게 늘고 있다.

FDI란 해외에 있는 기업의 경영권을 획득할 목적으로 지분 등을 취득하는 것을 뜻한다.

경영권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단순히 자금 이동에 불과한 간접 투자와는 구별된다.

우리나라의 FDI는 2003년 약 40억달러에 머물렀지만 2006년에는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제조업의 FDI는 같은 기간 20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엔 부동산업과 건설업의 FDI도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FDI가 늘면서 우리 경제의 앞날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FDI로 인해 생산 설비가 해외로 이전되고 자금도 유출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하는 대신 국내에 투자했다면 국내 생산능력도 확대되고 고용도 그만큼 늘었을 텐데 해외에 투자했기 때문에 이 같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국내 기업의 기술이 투자 대상국으로 이전될 경우 장래에 그 나라에서 경쟁 기업이 자라나 우리 기업을 위협하는,소위 '부메랑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FDI 확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FDI는 경제적으로 부정적 효과만 있는 것일까? FDI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FDI의 유형에 따라 다를 수 있다.

FDI 유형은 일반적으로 △노동력 지향형, △시장 지향형 △경영여건 지향형 △기타(자원 공급,기술 확보 등)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노동력 지향형 FDI는 상대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해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한 FDI를 말한다.

예컨대 노동력이 풍부하고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인도 등으로 생산 공정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이전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노동력 지향형 FDI 중 생산공정 전부를 해외로 이전할 경우 그만큼 국내 고용은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기업이 국내에 핵심 생산 설비는 남기고 부수적·보조적인 생산 설비만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새로 공장을 건설하는 경우엔 국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해외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함으로써 국내 생산 단가를 낮추고 제품 생산을 확대한다면 결과적으로 국내 설비 자본이 더욱 확충되고 국내 고용도 늘어날 수 있다.

시장 지향형 FDI는 해외시장 개척이나 수출 대상국의 보호무역 정책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직접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다.

예를 들어 수출 대상국이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면 직접 투자를 통해 그 나라에서 직접 생산함으로써 높은 관세를 회피해 수출 시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FDI도 국내 경제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FDI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도 기업은 높은 관세 때문에 국내 생산을 늘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영여건 지향형 FDI는 국내보다 해외의 기업경영 여건이 좋을 경우 국내 투자 대신 FDI를 선택한 경우를 일컫는다.

이 경우는 FDI가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국내 기업경영 여건이 좋았다면 국내에서 설비를 확장해 고용이 증가했을 텐데 기업이 해외 투자를 선택함으로써 국내에서 이 같은 기회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 밖에도 해외에 있는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거나 기술 확보를 위해 FDI를 선택할 수 있다.

기업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지만 이보다 직접 자원을 생산하는 것이 이로울 경우 FDI를 선택한다.

또 기업은 선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지역에 진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FDI는 기업의 비용을 감소시키거나 기술 수준을 높임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의 FDI는 주로 세계 각지의 생산 설비를 연계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해외에서의 생산 활동이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 강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조선업의 경우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직접 투자를 통해 해외에서 선박 블록을 만든 이후 국내에 들여와 완성 배로 건조하고 있다.

이 같은 FDI는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

최근 주요 선진국들은 FDI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세계 각지를 대상으로 투자처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2000~2005년 국내총생산(GDP) 및 총투자 대비 해외직접투자 비율이 각각 2.5% 및 12.5%에 이른다.

대만 말레이시아와 같은 신흥 공업국의 경우도 각각 1.2%와 4.8%에 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0.6%와 2.1%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선진국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FDI가 요구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FDI 확대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FDI가 확대되어도 핵심 생산 설비를 국내에 남겨 두기 위해서는 투자 대상국에 비해 기술적 우위에 있어야 한다.

이는 기술 혁신이 지속돼야 함을 뜻한다.

국내 경영 여건이 외국에 비해 열악해 국내 투자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기업경영 여건을 개선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과도한 임금 상승 역시 적정 수준 이상의 FDI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물가 안정 등에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