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쌓겠다며 휴학한다,독립 운운하며 집을 나갔다가 힘들면 슬쩍 되돌아온다,신문은 안읽고 인터넷만 뒤진다,한 가지에 매달리기보다 이것 저것 손댄다.

취업은 늦고 결혼과 출산 모두 미뤄진다.

30대가 돼서도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분가해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사는 사람이 전체의 40%에 못미친다.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 얘기다.

고등학교만 마치면 일단 자립한다던 미국에서도 대학 졸업 후까지 홀로 서지 못하고 부모에게 얹힌채 어떻게 살지 헤매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방황과 탐색의 '오디세이기(期,Odyssey Years)'를 거친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명명한 것으로 학교를 마치고 자기 앞가림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다.

자식들이 나이 들어서도 부모의 등을 휘게 하는 건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캥거루족' 외에 '부머랭 키즈(캐나다)''키퍼스(kippers,부모의 퇴직준비금을 없애는 아이들,영국)''빅 베이비(big baby,이탈리아)'등 이름도 다양하다.

물론 이유는 있다.

무엇보다 세상이 옛날같지 않다는 게 그것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예전 같은 평생직장은커녕 당장의 생활을 해결할 일자리 찾기조차 쉽지 않고 그것조차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젊은 세대를 길고 때로는 기약조차 없는 오디세이기에 머물게 한다는 말이다.

그럴 수 있다.

경쟁은 극심하고 미래는 불안하다 보니 방향과 마음을 정하기가 간단하지 않고 도전 또한 두렵기 짝이 없을 것이다.

학창시절 미처 준비하지 못한 시대와 세상에 대응하는 기간도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고 앞으로는 더더욱 빨리 바뀔 것이다.

망설이고 미루면 기회는 사라진다.

방황은 젊음의 특권이다.

그러나 길을 찾자면 목적지가 분명해야 한다.

뚜렷한 목표 없이 헤매기만 해서는 어디에도 도달할 수 없다.

IBM창업자 루 거스너는 "가장 중요한 건 실행이다.

실행이 곧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길이 안보여도 만들며 걸어가야지 멈춰 서 있으면 빠져나올 수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