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단 시키(四季)가 한국 배우들을 고용해 잠실의 샤롯데 극장에서 상연 중인 뮤지컬 '라이온 킹'이 오는 28일 330회를 끝으로 폐막한다.

작년 같은 날 개막했기 때문에 예정대로라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전례가 없던 1년간의 공연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미 지난 8월31일 276회 공연을 가지며 뮤지컬 '아이다'를 누르고 국내 최장기 공연의 기록을 깬 바 있다.

시키는 일본 최대의 뮤지컬 제작사로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인 흥행작 '라이온 킹'을 국내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국내 제작자들의 반대에 부닥쳤었다.

대표적인 것이 개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뮤지컬협회가 벌인 조직적인 저항운동이었다.

당시의 명분은 시키의 의도가 문화 교류가 아니라 문화 침탈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시장 경쟁 논리를 떠나서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하이라이트는 공연 개막을 목전에 두고 국립극장 야외 마당에서 한국뮤지컬협회가 개최한 '제1회 대한민국 뮤지컬 페스티벌'.'시키'의 한국 진출을 규탄하는 집회와 뮤지컬 칼라 콘서트로 구성된 큰 행사였다.

그러나 준비 기간이 절대적으로 짧았음에도 불구하고,결과적으로 당시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제작사들이 공연 중이거나 혹은 준비 중인 작품들을 대거 선보이는 다채로운 무료 콘서트가 됐다.

무대에는 대형 라이브 오케스트라가 자리잡고 있었다.

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내 분장실은 평소 공연을 하느라 바쁜 뮤지컬 배우들과 제작사 스태프들이 오랜만에 반갑게 모여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으로 변모해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됐다.

하지만 지난 8일에 개최된 제2회 행사는 많은 면에서 다른 분위기였다.

가장 큰 차이는 작년에는 규탄의 대상이었던 시키의 '라이온 킹'이 올해에는 당당히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것이다.

해외에서 '라이온 킹'이 5년 이상 흥행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에서의 흥행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만큼 '이빨빠진 잠실벌 사자'를 가는 마당에 위로해주자는 뜻일까?

백스테이지 진행도 매끄럽지 않았다.

올해 국립극장 분장실은 작년에는 달리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이라는 굵직한 행사가 진행 중이어서 임시 사용이 불가능했다.

결국 배우들은 야외 임시 대기실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불과 1년 만에 '라이온 킹'을 둘러싸고 갑자기 달라진 공연 컨셉트에 참가자들은 혼란을 느껴 열의가 식어버렸던 것은 아닐까?공교롭게도 같은 날 우리나라의 '점프'가 뉴욕에서 개막했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어쩌다 보니 병도 받고 약도 받은 채 조용히 잠실벌을 퇴장하는 '사자'는 애초부터 규탄의 대상은 아니었다.

단지 자본주의 시장 속에서 경쟁하는 동반자였을 뿐이다.

마치 '점프'가 뉴욕에서 수많은 경쟁작 틈바구니 속에서 그렇게 인식되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조용신 뮤지컬칼럼니스트·설앤컴퍼니 제작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