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기사송고실로 출근투쟁을 벌인 12일 오전 9시입니다.

서울 세종로 중앙청사 10층 기사송고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이전에 보지 못한 이중 잠금장치였습니다.

전날 기사송고용 인터넷선을 모두 끊은 데 이어 정부의 기사송고실 전면폐쇄 방침이 현실화된 것입니다.

노 대통령님,기자는 오전용 기사 송고를 위해 장소를 이리저리 물색하다가 하는 수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1층 로비로 내려갔습니다.

노트북의 플러그를 꽂을 만한 전원은 화장실문 옆 뿐이었습니다.

이내 총리실을 출입하는 동료기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습니다.

모두 참담한 얼굴이었습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주어진 기존 업무공간이 대못질당한 언론자유의 현실 앞에 기자들은 치를 떨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출입기자들이 기사송고실 폐쇄 실무를 주도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의 사무실을 항의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부질없었지요.

노 대통령님,이런 게 그토록 원하시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기자실 통폐합)'입니까.

정부는 알권리의 주체인 국민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여론수렴도 하지 않은 채 방안을 발표하더니,긴급할 때 사용토록 한 예비비까지 당겨서 합동기사송고실과 브리핑룸을 급조했습니다.

그리고 부처별 기사송고실을 폐쇄하고 출입기자들을 거기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님,전날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였던가요.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모두발언 내용을 뒤늦게 전해듣는 순간 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2차 남북 정상회담 뒷얘기를 털어놓으면서 그러셨다지요.

"이번 정상회담 관련 언론보도에 감사한다. 그림도 아주 골라서 쓰고,편집도 잘해줬다. 마음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히 보였다. 신세를 많이 졌다. 감사하다.속마음으로는 미안할 정도다. 다녀와서 지지도가 많이 올랐다."

기자는 저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고 말았습니다. 우둔하게도 대통령님께서 강조하신 취재선진화 방안의 숨은 진의를 이제서야 깨닫게 됐으니까요.

지난 4월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증진계획 관련 보도자료를 냈을 때 언론이 한 목소리로 정부의 부실한 재원마련책을 비판하자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담합한다"고 격노하시던 대통령님의 말씀이 오롯이 되살아납니다.

김홍열 정치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