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추진해 온 '점진적인' 공기업 개혁이 오히려 공기업의 비대화를 초래하는 등 역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공기업학회(회장 장지인 중앙대 교수)가 12일 서울 서초구 KOTRA에서 개최한 '공기업 개혁과 민영화 정책' 토론회에서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기업의 개혁과 민영화의 정책적 과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2006년 말 기준 공기업의 부채와 인원은 참여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말보다 각각 51.8%와 12.1%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 정부는 공기업의 하드웨어 개혁이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다고 보고 경쟁 촉진과 대국민 서비스 제고 등 소프트웨어적인 운영시스템 제도 개선에 주력했다"며 "이에 따라 공기업 경영진에게 구조조정과 민영화에 대한 잘못된 시그널을 주게 돼 '개혁=시스템 개선'에만 한정시키는 오류를 범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공기업 부문의 정책적인 과제를 점진적인 개혁에 한정함에 따라 공기업의 부채와 인원이 크게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2006년 말 현재 공기업의 부채는 295조8243억원으로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194조8985억원에 비해 4년간 51.8%,금액으로는 100조9258억원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기획예산처 홈페이지에 공개된 288개 공공기관의 인사 자료를 취합한 결과 지난 4년간 공공기관의 인력은 평균 12.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한주택공사 49.4% △한국마사회 36.6% △국민연금관리공단 23.3% 등 몇몇 공기업은 증원율이 우려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한 네트워크 산업의 구조 개편과 민영화 정책은 현 정부에서 완전 중단됐다"며 "참여정부는 공공 부문의 기능 재조정과 구조 개편을 중요 정책 과제로 취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일하는 정부'의 모습만 강조하다 보니 '일을 잘하는 효율적인 정부'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곽채기 전남대 교수는 "현 정부는 공기업 부문의 민영화와 구조조정 활동을 중단한 채 지배구조 혁신에만 힘을 쏟아 왔다"며 "공기업 민영화,공공기관 통폐합 등 공공 부문을 축소하는 대신 시장경제 활동 영역을 확대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