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영토선' 성격을 둘러싼 정치권 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12일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이면 합의설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전면적인 공세에 나섰다.

반면 청와대는 "NLL은 헌법상 영토 개념과 배치된다는 사실을 말한 것"이라며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라는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김장수 국방 장관은 "노 대통령의 NLL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며 언급을 회피,정부 내부에서 입장정리가 명확하게 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다음 달 예정된 남북 국방장관에서 이 문제가 본격 거론될 전망이어서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대통령이 말하는게 도움안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이날 "노 대통령은 지금 시점에서 (그 같은) 말씀을 안 하시는 게 좋겠다.

앞으로 남북간에 논의도 해야 하는데 협상기술로도 안 좋다"면서 노 대통령의 발언을 평가절하했다.

이 후보는 "노 대통령이 말을 하는게 전혀 도움이 안 될텐데…"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강재섭 대표도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도대체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얘기인지 정말 충격적"이라며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군 통수권자인지 지극히 의심스러웠다"고 비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NLL을 무력화한다면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이 미치는 우리 영토를 북한에 내주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대통령이 이제는 NLL 무력화 수류탄을 던졌다"며 "하지만 이 수류탄도 청와대와 여권에 떨어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변인은 "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은 사실상 무력화될 것이니 걱정말라고 몰래 약속한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이 나쁜 의도로 공격"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의 발언은 11일 청와대 오찬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헌법과 배치될 수 있는 NLL 문제에 유념해 달라'고 말한 데 대한 답변"이라며 "이를 비약시켜 대통령이 NLL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양보 또는 재설정을 하려 한다는 것은 아주 나쁜 의도를 가진 공격"이라고 한나라당에 맞받아쳤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선언 이행 종합대책위원회' 제1차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NLL을 군사적 목적의 경계로 본 것으로,영토적 개념이 아니다"면서 "NLL이 영토선이 아니라는 입장에 정부 내 이견이 없다"고 논란의 확산을 차단하고 나섰다.

그러나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노 대통령의 'NLL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

이견이 있다 없다 말하기 어렵다"며 "이견이 있다고 말하면 대통령께…"라고 말을 흐렸다.

김 장관은 이어 "대통령이 영토에 중점을 두고 말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히면서 "NLL의 성격과 배경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고 이해한다. 더 이상 예민하고 곤란한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고 곤혹스러워 했다.

이심기/이준혁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