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볼이 곧게 가다가 왼쪽으로 살짝 굽어지는 '드로'나 그 반대인 '페이드'는 코스를 유효하게 공략할 수 있는 무기다.

동시에 드로나 페이드는 골퍼가 의도한 대로 구사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

1년 만에 국내대회에 출전한 최경주(37·나이키골프)가 드로와 페이드 때문에 울고 웃었다.

제23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7억원) 첫날 14번 홀(파5)에서 드로를 구사하려다가 OB를 낼 뻔했는데,둘째날 1번홀(파4)에서는 자신의 주무기인 페이드가 의도한 대로 날아가지 않아 OB를 내고 말았다.

12일 경기 용인 레이크사이드CC 남코스(파72·길이7544야드).1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치며 1타차 단독선두에 나선 최경주는 2라운드 전반까지 1타(버디3 보기2)를 줄이며 1위를 달렸다.

선두 질주에 제동이 걸린 곳은 1번 홀(465야드).긴 내리막인 이 홀은 티샷이 조금만 오른쪽으로 굽어져도 OB로 날아가는 홀.그래서 선수들은 드로를 걸거나 아예 왼쪽을 보고 페이드를 구사한다.

최경주는 평상시처럼 페이드를 택했다.

그런데 친 볼은 오른쪽으로 굽어지지 않고 똑바로 날아갔다.

볼이 언덕 위에 꼽힌 OB말뚝 밖에 멈춰 이번 대회 28번째홀 만에 첫 '더블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최경주는 그 바람에 한때 선두자리를 정재훈(30·동아회원권)에게 내주기도 했다.

최경주는 결국 이날 이븐파(버디4 보기2 더블보기1)로 제자리걸음을 걷는 데 만족해야 했다.

2라운드 합계 6언더파 138타(66·72)로 이틀 연속 단독 1위를 유지했다.

2위권과는 여전히 1타 간격이다.

최경주는 첫날과 달리 11번 홀(파5)에서 티샷이 워터해저드에 빠졌고,'이지 홀'인 18번 홀(410야드)에서는 어프로치샷 실수로 보기를 범했다.

5m 안짝의 버디퍼트도 조금씩 홀을 비켜갔다.

평균길이가 552야드밖에 안 되는 4개의 파5홀에서는 2타밖에 줄이지 못했다.

연이은 강행군 탓인지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선두에 근접한 선수는 10여년 전 국내에서 최경주와 함께 우승다툼을 벌이던 '베테랑' 최광수(47·동아제약)와 강욱순(41·삼성전자)이다.

두 선수는 합계 5언더파 139타로 최경주와 1타차다.

최광수는 첫날에 이어 2위를 지켰고,강욱순은 이날 파5홀에서만 버디 4개를 잡고 68타를 친 끝에 모처럼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세 선수는 3라운드에서 마지막 조 (오전 9시30분 티오프)로 '추억의 맞대결'을 펼친다.

세 선수가 같은 조로 우승다툼을 벌이는 것은 1998년 SK텔레콤오픈 4라운드 챔피언조 이후 약 9년 만이다.

김경태(21·신한은행)는 이날 1언더파(버디6 보기3 더블보기1),합계 4언더파 140타로 공동 4위, 짐 퓨릭(37·미국)은 합계 1언더파 143타(71·72)로 공동 19위에 자리잡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