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으로 대선 출마설 솔솔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 2008년 대선 도전설이 끊이지 않았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날개를 달았다.

영예의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했기 때문이다.

물론 노벨상이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8년이나 전직 부통령직을 수행했고 2000년 대선때 조지 부시 현 대통령에게 전국적 지지도에서는 승리했으면서도 대의원수 확보에서 져 아깝게 대권을 놓친 '거물 정치인'이기에 그 상징적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지구온난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로 지난해 오스카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고어는 어떻든 대선 도전 여부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의 지지자들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지모임인 드래프트고어닷컴(DraftGore.com)은 지난 10일 뉴욕타임스(NYT)에 전면광고를 싣고 그의 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편지와 지지자 13만6천명의 서명을 게재했다.

이들이 고어의 출마를 강권하는 이유는 "고어와 견줄 만한 비전이나 세계에서의 위상, 정치적 용기를 가진 인물이 적어도 민주당 내에선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치인의 시대와 영웅의 시대가 있는데 미국과 전세계는 지금 영웅을 원하고 있는 만큼 고어가 반드시 출마해야 한다는게 이들의 믿음이다.

그러나 고어의 대변인인 칼리 크레이더는 "오늘 광고를 낸 분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그는 대선에 출마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일단은 대선 출마 가능성을 부인했다.

고어도 지난 7월 NBC 인터뷰 등을 통해 "내가 대선에 재도전할 계획이나 의사가 없으며 대선후보가 다시 된다는 예상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선 재출마설을 줄곧 일축해왔다.

현재 정치분석가들은 대체로 고어의 출마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 있다.

부정론자들은 이미 민주당 경선구도가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존 에드워즈 등 쟁쟁한 인물들로 채워져 자리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더욱이 힐러리는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미 50%를 넘는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데다 빌 클린턴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까지 버티고 있어 고어가 이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반면 긍정론자들은 힐러리는 여성, 오바마는 흑인이어서 결국은 공화당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고, 민주당 지지자들도 모두 그 점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고어가 막판에 새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그의 든든한 후원자다.

그는 지난달 "수년 간 내가 줄곧 지지해 온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앨 고어"라며 "만일 고어가 내년 대선에 도전한다면 나는 역시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엇갈린 분석속에 내년 3-4월 민주당 경선 레이스 결과에 따라 고어의 백악관 재도전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초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클린턴 상원의원이 대세론을 구축하지 못하거나 공화당의 강력한 후보 출현으로 본선 승리 가능성이 흔들릴 경우 고어가 대안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