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소크라테스는 세상 만물에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대철학자였다.

그러나 외모는 형편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들창코였다.

얼굴 한 가운데에 있는 코는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다.

소크라테스는 무지하게 못생긴 얼굴 덕분에 곰곰이 사유하는 것 외에는 마땅하게 할 일이 없었을 터이니 대철학자가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들창코는 '돼지코'란 치욕스러운 별칭으로도 불리는데 여성의 미모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주된 골칫거리 중 하나다.

콧등이 낮은 것도 서러운데 길이도 짧고 끄트머리마저 위로 치켜 올라간 들창코는 얼굴이 넓어 보이게 할 뿐 아니라 아둔한 사람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그 정도에 따라 '무늬만 들창코'인 경우와 '뼛속부터 들창코'인 경우로 나뉜다.

콧대가 낮아서 시각적으로 코가 짧아 보이는 경우는 가벼운 편에 속한다.

그러나 코 안쪽의 연골이나 비중격(좌우 콧구멍 사이를 갈라 놓고 있는 연골조직)처럼 코의 모든 구성 요소가 한결같이 짧은 경우에는 그야말로 중증이다.

중증 들창코는 '지붕도 낮고 기둥도 짧은 집'에 비유할 수 있다.

이를 성형한다면 당연히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지붕'인 콧대를 길게, '기둥'인 콧등은 높게 만들어줘야 할 뿐 아니라 '처마'에 해당하는 코끝은 아주 살짝만 위로 올라가 버선코처럼 맵시 있게 보이는 성형이 필요하다.

단순히 콧등만 높일 경우엔 오히려 코끝이 위로 더 들려 올라가 보이는 절망적인 상황이 연출되기 십상이다.

비중격은 위 연골과 아래 연골로 다시 나뉘는데 콧대를 세울 때는 위 아래 연골을 서로 분리시켜 아래 연골을 적당히 아래로 끌어내려준다.

그러면 콧대가 길어지면서 콧등도 높아져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들창코가 극심해 비중격을 분리하는 것만으로는 턱도 없이 모자랄 경우에는 자신의 연골을 비중격 연골의 끝부분에 삽입해줌으로써 안정감 있게 코끝의 길이와 높이를 교정할 수 있다.

또 코를 지나치게 성형하다 보면 코끝이 필요 이상 치켜 올라가 들창코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때도 비중격 연골을 이용해 바로 잡는다.

자기 연골의 일부를 사용해 감쪽같이 들창코를 없애는 지금의 성형기술이 2400여년 전의 소크라테스에게도 적용됐더라면 어땠을까? 서양철학의 역사는 지금보다 후퇴했을 것이고 인류는 더 어리석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에겐 '저주'였던 들창코가 인류에겐 '축복'이 되었다.

/미고 성형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