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요구했을 때 실제 차 운전자가 아니면 측정에 불응해도 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타인이 운전하는 승용차 조수석에 탔다가 음주 측정을 요구받고 불응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57)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이씨는 2004년 9월 중순 밤 대전의 한 포장마차에서 최모ㆍ김모씨와 술을 마신 뒤 다른 곳에서 맥주를 마시기 위해 최씨 승용차의 조수석에 타고 이동했다.

이동 도중 전방에서 음주단속을 하는 모습이 보이자 무면허에 유사휘발유를 싣고 있던 최씨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전조등을 끄고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이씨가 잠시 소변을 보려고 내려 차 뒤를 돌아 운전석 옆을 지나는 순간 의경이 달려와 '운전자가 바뀐 것 아니냐'며 음주 측정을 요구했고,이씨는 불응했다가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도로교통법상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에 응해야 할 사람은 당해 자동차의 운전자"라며 "타인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피고인이 동승해 온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음주측정불응죄를 인정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