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임신한줄 모르고 약 먹었는데… 태아 5~10주까지는 위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임신한 줄 모르고 약물을 복용했다가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는 산모들이 적잖다.
상당수는 기형아 출산 가능성에 대한 공포로 임신 중절을 택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산모의 40%가량이 임신 초기 부지불식간에 약물을 복용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한국은 약 구입이 비교적 쉽고 약에 의존하는 성향이 높아 더 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형아 발생 원인의 2%가 약물=기형아 출산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50∼60%를 차지한다.
20∼25%가량은 유전인자와 환경 요인의 복합작용으로 일어난다.
약물 복용 및 방사선 노출로 인한 기형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연구돼 있다.
약물이 태아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대개 임신 3개월까지다.
수정 후 태내 5주째(착상)까지는 수정란이 약물로부터 손상을 받을 경우 자연유산하거나 건강한 세포로 살아남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러나 태내 5∼10주까지의 배아기는 태아의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로 가장 예민하고 위험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장기별로 분화 시기가 다르므로 어느 때 약물에 노출됐느냐에 따라서 다른 기형이 생긴다.
또 장기별 분화 속도가 다르므로 기형 발생의 빈도는 장기마다 다를 수 있다.
다시 말해 임신 2∼3개월에는 태아의 심장,중추신경계,눈,귀,사지 등이 완성되는 시기이므로 약물 복용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태내 10주 이후의 태아 성장기에는 장기가 기능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이므로 기형 발생은 드문 편이나 생식기 및 신경계처럼 이 기간에도 분화가 계속되는 장기의 경우 정신지체 같은 태아의 기능적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임신 중 약물 복용의 안전성 판단 여부=감기약이나 진통제같이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약은 대부분 태아에게 안전하다.
범용약 중 기형을 유발한다고 확실히 밝혀진 약물들은 30여종에 불과하다.
또 이런 약물을 임신 초기에 복용했더라도 기형을 유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잉태한 줄 모르고 약을 먹었는데 임신 상태를 계속 유지할지,임신 중 지병을 약물로 치료할 것인지는 전문의와 상의한 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약물 복용에 의한 기형아 발생률이 의외로 낮더라도 원인불명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태반을 통과한 약물이 태아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지 가늠할 수 없다.
또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이 약물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의의 사고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산모에게는 약물요법보다는 생활요법,최신 약보다는 부작용이 널리 알려진 기존 약,같은 약효라도 안전성이 널리 입증된 약을 복용하도록 권장한다.
아울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임신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정한 5가지 분류와 독성과학원에서 정한 금기 약물 20가지가 있음을 감안,가임기 여성은 약물 사용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편 요즘 같은 계절에는 임신 기간과 상관없이 독감 예방백신을 맞는 게 좋다.
독감 예방백신은 기형 유발이나 유산 등 산모나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감으로 모체가 영향을 받고 치료제 선택에 곤란을 겪는 것보다는 예방접종을 받는 게 낫다.
홍준석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