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美 貞 < 이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ahn@eruum.com >

필리핀 마닐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아열대 기후에 맞춘 출장 준비를 위해 직원에게 그 곳 날씨를 확인해 달라고 했더니,"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 아닌가요?"라는 우스개 섞인 답이 왔다.

올 들어 수시로 쏟아지는 장대비에 이제 우리도 아열대 지방의 스콜을 갖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동남아 지역으로 여행 갈 필요 없겠다는 이야기도 있고,실제로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화되어 간다는 공식적인 발표도 있었다.

기상청 공식 통계에 따르면 월별 최대 강수일이 6월은 17일,7월은 22일,8월은 23일,9월은 20일에 달했다.

9월의 평균 강우량은 기존의 3배에 달하는 411.7mm나 되었다고 한다.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많아지니 곡식들의 알곡이 부실해지거나 병들고,빨갛게 익어 있을 고추는 갈색으로 말라 죽어간다.

지금쯤 예쁘게 단풍 들어야 할 나뭇잎들은 화장도 하기 전에 검버섯으로 흉하게 말라 가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기록적인 가뭄,홍수,혹한,혹서,폭풍으로 많은 나라들이 비상 사태에 돌입하고 있다.

유엔 산하'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에서는 지난 100년간 전체 지구의 기온이 섭씨 0.6도 정도 올랐으며 2100년까지는 섭씨 2~6도 정도 더 올라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계적인 기후 이변의 원인으로는 이산화탄소를 주축으로 하는 온실 가스가 손꼽히고 있다.

이제 세계가 이에 대한 공동 위기의식을 갖게 되어 다양한 정책들이 수립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국가별로 고정해 이에 맞추도록 하고,필요한 국가 간 일정량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또한 지구 온난화 문제를 시민사회 운동으로 변화시킨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이에 대한 국가별 대책 마련에 노력한 IPCC가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우리나라의 이상 기후도 결국은 세계적인 현상의 일환이다.

그래서 우리도 지구 온난화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으며,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에너지 절약 노력이 필요한 때다.

10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아침 저녁으로 피부는 가을을 느끼는데,눈에 보이는 주변은 아직 가을이 아닌 것 같다.

눈이 시리게 푸르고 높은 하늘과 간간이 떠 있는 하얀 새털구름은 볼 수 없고,꽉 차게 채워져 있는 잿빛 구름과 그 틈새로 색 바랜 느낌의 희뿌연 빛만 보인다.

우리 모두가 보고 즐기던 그 높고 푸른 가을 하늘,그 쪽빛 하늘 아래 노랗게 물든 잔디에 누워 가을의 감상에 젖어들던 그 추억은 이제 기억으로만 남게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