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양허안을 놓고 벽에 부딪힌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이 오늘부터 닷새 동안 서울에서 열린다.

양측은 이번에 핵심(核心) 쟁점인 상품양허안과 비관세 조치,서비스·투자,원산지,지식재산권 분야만 놓고 '압축-집중형'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이번 협상이 향후 협상의 진전 속도와 성패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얘기이고 보면 어느 때보다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이번 협상이 중요하지만 성과를 기대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측이 목표한 연말까지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서는 최대 걸림돌인 상품양허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아직 매우 크고 넘어야 할 산 또한 많은 까닭이다.

특히 EU측은 지난달 3차협상에서 교역액 기준 80%가량 상품관세의 3년내 철폐를 제시한 데 반해 우리측 수정양허안의 3년내 관세철폐율이 68%인 점을 문제삼는 데 그치지 않고,한·미FTA와의 균형,즉 '코러스 패리티'(KORUS Parity)'를 요구하고 나와 우리측을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많은 반면 얻어낼 수 있는 건 적은 셈이다.

게다가 EU측은 우리 주력품목인 자동차와 전자분야에서 강하게 버티고 있어 어느 때보다 힘든 협상이 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자동차 표준과 관련된 비관세 장벽,지식재산권 등 다른 분야 또한 순조로운 논의를 낙관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EU측 요구 강도가 높고 우리로서 쉽게 수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협상단은 최근 "EU가 지리적 표시보호 지재권과 관련해 아주 높은 수준의 협정문 초안(草案)을 내놨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치밀한 전략과 대책으로 상호 이해증진을 위한 설득과,진전된 협상결과를 이끌어내는 게 당면 과제다.

특히 EU는 단일 국가가 아닌 만큼 협상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들도 수없이 많다는 점을 유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미 FTA에 이어 한·EU FTA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창출과 재도약 기반 마련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번에 어떤 형태로든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를 이뤄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함으로써 앞으로의 협상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