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활황 여파로 미분양 아파트의 가계약이 늘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을 위해 준비해놓은 자금을 펀드에 투자하는 바람에 계약일에 일단 소액자금으로 가계약만 한 뒤,나중에 펀드를 환매해 정식 계약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는 당초의 계약일을 넘겨도 불이익이 없어 일부 예비 계약자들은 주가 상승세가 주춤해질 때까지 계약을 미루겠다는 자세여서 해당 건설업체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반도유보라의 경우 최근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한 사람의 70~80%가 펀드에서 돈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수백만원의 가계약금만 내고 아파트를 고른 뒤 정식 계약을 늦췄다.

통상 펀드 환매 기간은 3~4일에 이르며,심지어 해외펀드는 10일 이상이 필요하다.

건설업체들은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계약자들이 원하는 대로 동과 호수를 고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가계약만 해도 위치가 좋은 아파트를 선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 단지의 분양 업무를 담당하는 우영D&C 관계자는 "펀드에 묶인 돈을 찾지 못해 100만~500만원만 내고 원하는 아파트를 골라 가계약을 한 다음 일주일쯤 뒤에 3000만~5000만원의 계약금을 내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계약자 가운데는 하루라도 더 늦게 차익을 보고 주식을 팔기 위해 정식계약을 차일피일 미루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미분양 아파트가 많이 남은 남양주 진접지구도 사정이 비슷하다.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미분양물량 처리가 급해 가계약만 하고 정식계약을 늦추자는 예비계약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지만,주식시장 활황이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고 털어놨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