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이 15일부터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양측은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3차 협상에서 상품양허(개방) 분야에서는 한 걸음도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이번 협상에서도 상품양허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면 한·EU FTA의 연내 타결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

이에 따라 4차 협상에서는 한·미 FTA를 기준으로 개방도가 낮은 품목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EU 측은 지난 협상에서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개방을 의미하는 '코러스 패리티(KORUS Parity)'를 줄기차게 요구하며 개별 품목에 대한 논의를 거부했었다.

우리 측은 이에 맞서 한·미 FTA 타결 결과와 상대방에 제시한 양허안을 항목별로 비교하는 작업을 4차에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FTA를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이 미국에 비해 EU에 덜 개방하겠다고 한 품목의 연간 교역액이 110억달러 정도이고,EU가 한국에 덜 개방하겠다고 한 품목의 교역액은 93억달러가량이어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 다르게 취급할 수밖에 없는 품목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설득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협상에서 상품분야의 최대 쟁점인 자동차를 비롯해 전기전자 농축수산물 등에 대한 양측 간 주고받기가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양측 모두 4차 협상에서 일단 상품 양허안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는 데 주력하며 수정 양허안을 다시 만들자는 데 합의한 뒤 5차 협상부터 본격적인 주고받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최근 브뤼셀을 방문,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조속한 타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양측 통상장관 회담 결과가 이번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회담 이후 5차 협상 개최지가 서울에서 브뤼셀로 갑자기 변경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연내 타결을 위한 일정 조정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양측 모두 조속한 타결을 여전히 희망하고 있는 만큼 연내에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