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금 동결분까지 감안해 내년에 임금을 더 올려달라는 우리은행 노조의 요구는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드는 비용증가를 임금 동결로 분담하겠다고 해놓고 비정규직 모두가 정규직으로 전환한 상태에서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건 노사 간 합의를 깨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노조가 초심을 잃고 실리 챙기기에 나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은행들도 은행 순익이 급증하는 점을 들어 어느 때보다 높은 임금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임금 동결분 보전"

우리은행 노사는 지난해 12월20일 정규직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사측이 노조의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 주장을 수용하되 노조는 그 비용을 분담하기 위해 정규직 임금을 동결하는 식으로 서로 한 걸음씩 물러난 것.임금 동결로 300억원의 비용이 감축되자 우리은행은 올 3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비정규직 직원 307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이들은 전환으로 정년 보장과 함께 휴가와 육아휴직제도,경조금과 자녀 학자금 지원 등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복지 혜택을 받게됐다.

이에 따라 올해 80억원의 복리비가 추가로 발생했고 이 비용은 매년 늘어날 것으로 은행 측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이 끝나자 노조는 올해 산별 협상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 3.2%에 지난해 동결됐던 인상분 2.9%를 합친 6.1%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은행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으로 매년 은행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임금 동결분까지 보전해 줄 경우 은행이 홀로 모든 부담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또 정년연장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임금피크 기간이 아닌 실제 정규직으로서의 정년을 1년간 연장해달라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직원의 정년을 59세에서 60세까지로 1년 늘리기로 한 공단협 합의사항에 대해 임금피크제 시작연령을 55세(~59세)에서 56세(~60세)로 늦추는 식으로 사실상 정년을 늘려달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정규직 전환 직원에 대한 총액임금 기준 10.45% 인상액의 기본급 편입 △직군전환제도 개선 및 목표설정계약 폐지 △초과업적급제도 개선 및 수당 신설 △학자금 지원 및 복지후생제도 개선 등 26개항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소송으로 사측 압박

다른 은행의 임단협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하나은행 노조는 산별 임금 가이드라인을 훌쩍 넘는 정규직 9.3%,비정규직 27.9%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조 간부 15명은 은행 측을 상대로 2억8000만원 규모의 미지급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시간외 수당과 연월차 수당을 지급할 때 기준으로 삼는 '기준급'이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 수준에 훨씬 미달한다"며 "전체 직원의 3년분 미지급수당을 계산하면 1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은행 측은 "현재 수당 지급시 근로기준법의 기준 지급률보다 약 2.5배에 달하는 지급률을 적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산업은행에선 16일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선명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후보는 '최상위 임금 수준 반드시 회복하겠다'며 산업은행 임금을 시중은행보다 더 높게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나섰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