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은 비프랑스어권 유학생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세르지 퐁트와지대는 아예 과학기술 학사 과정에 프랑스어와 영어수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도입해 다른 대학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출신의 마리암 야쿠트씨는 프랑스 소르본대학 아부다비캠퍼스(PSUAD) 비즈니스외국어과 2학년에 다닌다.
야쿠트씨는 지난해 10월 이 학교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164명의 다른 학생들과 함께 입학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렸다.
수업이 기본적으로 프랑스어로 이뤄지지만 독일어가 세부 전공이라 그는 지금 두 개의 외국어를 동시에 익히고 있다.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유학생을 앉아서 기다리고 프랑스어 강의만을 고집하던' 관행을 과감히 벗어던진 프랑스 대학들이 계속 늘고 있다.
비프랑스어권 유학생을 더 많이 모으기 위해 '국가적 자존심'인 프랑스어 대신 영어로 강의하는 학위 과정이 급증세이고 프랑스 대표 대학인 소르본대는 사상 처음으로 해외 캠퍼스를 설치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캠퍼스프랑스에 따르면 현재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프랑스 내 학위 또는 전문교육 과정은 줄잡아 500개에 이른다.
3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고 증가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비즈니스스쿨이나 미술 및 디자인 계통의 전문학교 외에 정규 대학교의 학위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영어 강의를 기본으로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언어 능력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공학 자연과학 등의 분야에서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는 추세다.
시게노스 캠퍼스프랑스 대표는 "해외에선 프랑스가 인문학과 예술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프랑스는 아리안(액체연료로켓)의 나라이자 TGV(고속열차)의 나라이기도 하다"며 "우주 관련 산업이나 엔지니어링,의생물학 분야의 높은 지식 수준이 언어 장벽 때문에 막혀 교류가 제한돼서는 곤란하다는 인식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르본대(공식 명칭은 파리소르본대 또는 파리4대학)은 아부다비 캠퍼스(PSUAD) 신설을 통해 아예 해외 진출에 나섰다.
PSUAD는 소르본대의 첫 해외 캠퍼스일 뿐만 아니라 엘리트 양성을 위한 그랑제콜 등 특수 대학이 아닌 종합대학 가운데 첫 번째 해외 진출로 프랑스인은 물론 세계 대학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장 로베르 피테 소르본대 총장은 "앞으로 3년 안에 정원을 1500명까지 늘리고 캠퍼스 시설도 꾸준히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며 "소르본에 없는 법학 과정의 경우 데카르트대(파리5대학)와 협력해 개설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PSUAD 개교는 UAE 정부가 먼저 요청했고 소르본대가 내건 '학교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하고 교육 내용을 프랑스 캠퍼스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며 강의도 불어로 진행한다'는 조건이 수용되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프랑스 소르본대 교수가 상주하거나 2주 안팎씩 출장을 가 강의하는 경우가 많다.
소르본대는 정부 규제로 대학 발전에 제약을 받자 간섭이 없는 해외에 캠퍼스를 개설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르본대는 PSUAD 개교로 캠퍼스 글로벌화에 동참하게 됐을 뿐 아니라 고등교육 수요가 많은 중동지역에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아울러 대학 재정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학생 1인당 학비가 연간 400달러도 채 안 되지만 아부다비 캠퍼스에서는 2만달러나 된다.
프랑스 대학들의 이 같은 변신에는 전 세계 우수한 연구자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에 따르면 2005년을 기준으로 프랑스에 유학 중인 해외 학생은 26만5000명으로 전 세계 유학생의 9%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22%)과 영국(11%)은 물론 독일(10%)에도 뒤져 있다.
지난 20년간 대학생들의 국제 이동은 두 배나 늘었지만 유학수요는 대부분 영미권 국가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판테온소르본(파리1대학) 크리스티안 프리장 부총장은 "더 많은 우수 외국 학생을 모으기 위한 정부와 대학들의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파리4대학처럼 캠퍼스를 해외에 설치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갖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파리=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