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송파구 삼전동의 잠실병원 앞 주택가 진입로 골목에 위치한 '돈주리'란 상호로 돼지부속물 전문점을 운용하고 있는 박원태(49)입니다.

과거 가락동 4거리에서 저가형 삼겹살 전문점을 운영하면서 하루에 10만원도 안되는 매출을 올리는 심각한 실적부진에 시달려 점포를 헐값으로 팔았습니다.

그런데 매각한 점포가 곱창 집으로 업종변경을 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을 보고 재창업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가족들이 일손을 도울 것을 감안해 자택 인근에 있는 99㎡ 규모의 점포를 보증금 4000만원과 권리금 2000만원에 구하고 시설 재투자비로 5000만원을 들였습니다.

돼지부속물 전문점을 하기로 한 것은 발품을 팔아가면서 이 일대에서 시장조사를 해본 결과 저가 삼겹살 전문점들이 몇 곳 있는데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영업이 아주 잘되고 있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돼지부속물 구이 전문점을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창업한지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매출이 안정적이지 못하지만 하루 40만원 매출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후 3시에 문을 열어 새벽 1시께까지 영업하고 있습니다.

주방에는 두명의 종업원을 쓰고，식당에서는 2명의 아르바이트생과 여식 두명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종업원과 아르바이트생에 들어가는 인건비는 한달에 500만원입니다.

적자운영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가게를 차릴 때 받은 대출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하는데다 제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현재 매출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창업자금 1억1000만원 중 대출금은 2000만원으로 매달 150만원정도의 원리금을 갚아나가고 있습니다.

또 임대료로 매달 200만원이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점포의 문제점은 무엇인지，이 정도 규모의 매출이 이 지역에서 적정한 수준인지，개업초기 일시적인 현상인 지，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여력은 있는 지，점심시간의 활용방안은 있는 지 그 해답을 듣고 싶습니다.

상권과 입지는 …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서비스보다 가격 중시

이 가게가 있는 송파구 삼전동은 아파트 비율이 10% 미만에 그칠 정도로 다세대주택들이 밀집된 지역입니다.

소득수준이 송파구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해 소비지출 가운데 먹을거리 비중이 높고 중저가 중심의 가격대가 통하는 상권입니다.

인근에 연탄구이 가게가 많이 있습니다.

잠실 주공단지 재건축으로 소비수준이 높아지면서 대형음식점이 비교적 잘 나가는 잠실병원 북측 상권과는 대조된 모습을 보이는 곳입니다.

일반적으로 상권은 한 세대 단위로 인구 분포를 보이는데 이 지역은 20∼30대 비중은 높은 반면 50∼60대 인구가 타 지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은 편입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주거비용이 낮은 게 큰 이유로 꼽힙니다.

이곳은 특히 골목 사이를 잇는 격자형 도로구조망을 형성하고 있어서 지역간 연계성이 높지만 각 진입로마다 골목 분위기가 달라서 비슷한 골목으로 생각하고 점포를 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나름대로 선전하는 가게도 있고 골목이지만 전국 최고의 지명도를 자랑하는 점포도 공존하는 상권이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분위기나 서비스보다는 본질적인 맛이나 전통이 성패를 좌우하는 '강남 속 강북'으로 불릴 만한 상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가게는 삼전동에서도 주택가 진입로 골목 20m 지점에 있습니다.

먹자골목이 조성돼 있지 않은 곳입니다.

구이전문점의 특성상 냄새와 연기가 점포 외부로 빠져나가야 하지만 주택가에 인접해 있어 주민들로부터 항의를 자주 받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가게 문제점은 … 매장 분위기 너무 깨끗 매출비해 인건비 부담 커

이 지역 상권의 특성과 메뉴의 '궁합'은 무난한 편입니다.

중저가로 접근한 가격정책은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이 지역의 특성을 감안한 입지전략이라 할 만합니다.

현재 하루 매출 40만원은 손익분기점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지만 감가상각비와 김 사장의 인건비 그리고 여식 2명의 아르바이트 비용 등을 계산할 경우 하루 평균 70만원의 매출을 올려야하기 때문에 추가 매출을 올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고깃집의 경우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보다는 같은 종류의 음식점이 몰려있는 곳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게가 있는 골목은 고깃집이 거의 없습니다.

매장분위기도 너무 밝고 깨끗하다는 점 때문에 상권의 주고객층인 젊은층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젊은층에 호소력이 있는 아기자기하고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로 재단장하는 게 필요합니다.

점심시간에도 영업을 하고 싶어하지만 돼지부속물과 갈매기살이 매출의 70%를 차지할 만큼 가볍게 식사할 수 있는 점심메뉴가 구비돼 있지 않습니다.

다른 고깃집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가격 말고도 고객에게 다가갈수 있는 감동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부족합니다.

저가만을 고집하다가는 경기가 선순환 구조에 들어설 때 외면당할 수도 있습니다.

매출에 견줘 인건비 지출이 높은 편이지만 매장 이미지에 맞는 유니폼을 착용할 여건이 안돼 있는 데다 일손을 돕는 가족들의 서비스가 전문적이지 못해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보입니다.

개선방안은 … 5000원대 시골돼지고기 찌개 등 점심메뉴로 직장인 유인

상권 특성에 맞게 고객연령층을 젊은층이 많은 쪽으로 개선하는 게 과제입니다.

젊은 연인이나 친구 또는 직장인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구전홍보를 통해 인근 주민을 고정고객으로 확보하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젊은층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기존 시설을 교체하기 힘든 점을 감안，영업전략이나 식기 세팅 방법 등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일례로 예전 대포집에서나 볼 수 있는 양은냄비나 스테인레스 그릇을 사용한다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매장 분위기도 변화를 줘 시간대에 따라 밝기를 조절하고 탁자의 색상을 다소 무거운 톤으로 바꿔줄 필요가 있습니다.

젊은층이 자신만의 공간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즉석사진기를 구비해 촬영 사진을 보드판에 붙이거나 낙서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젊은층을 겨냥한 마일리지 적립서비스나 시간대별 할인혜택 등의 홍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인근 주택가 고객을 위한 홍보물을 만들거나 생일을 맞은 고객을 위한 사은품 증정 등의 아이디어를 적용한다면 매출이 지금보다 20∼30%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배후지의 직장인이나 주택가 고객 중에서도 점심수요가 나름대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5000원대로 시골돼지고기 찌개나 돌솥비빔밥 간장게장알밥 등의 점심메뉴를 구성한다면 무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예 생선구이(갈치구이 고등어구이 조기구이 삼치구이)로 점심과 야간의 수요를 다르게 접근하는 전략도 노려볼 만합니다.

가게 밖에 5대 정도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 점심식사 및 대표 메뉴를 홍보할 수 있는 거치대를 세우고 야외테이블 2개 정도를 확보해 행인들의 눈길을 끌어야 합니다.

체인점의 특성상 주 메뉴 자체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밑반찬을 갈매기살과 궁합이 더 맞는 쪽으로 바꿔주는 게 중요합니다.

콩나물 무침보다는 구이 메뉴의 느끼한 맛을 중화시켜주는 파무침이나 부추무침이 적절합니다.

점주는 무엇보다 자신이 팔고 있는 상품에 대한 기본을 지켜야 합니다.

갈매기살에 잘 어울리는 소스와 불의 온도，양념의 농도，그리고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샐러드에 이르기까지 기본을 지켜야 합니다.

기본은 안되는데 다른 점포와의 차별화에만 주력해서는 매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고기 냄새와 연기로 인한 인근 주택가 주민의 항의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의 배기 시설을 좀 더 높이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합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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