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한판 대결을 벌이기까진 아직 산넘어 산이다.

범여권의 대선후보 구도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당은 이인제 후보를 확정했고 장외 유력후보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독자정당인 '창조한국당'의 돛을 올리며 대선 행보에 나섰다.

그래서 정 후보의 확정은 범여권 후보 단일화 협상의 시작을 의미한다.

민심이반으로 지지율이 바닥인 만큼 후보단일화를 통해 한나라당 이 후보와의 1 대 1구도를 만드는 것은 정 후보에겐 선택사항이 아닌 필요충분조건이다.

범여권 세 후보 지지율을 다 합해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 후보가 각개약진한다면 대선은 해보나마나다.

거꾸로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대선판도의 변화를 기대해볼 만하다.

세 후보 모두 단일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유다.

문제는 각론이다.

모두 자신이 단일후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4월엔 각 정파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총선이 예정돼 있다.

대선과 총선의 시차가 불과 4개월이라는 점에서 대선 주도권이 총선에 그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양보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 후보는 민주당 이 후보보다는 독자행보를 하고 있는 문 후보와의 연대에 적극적이다.

2002년 분당사태로 쌓인 앙금에다 호남 지분 등 주도권다툼 가능성이 큰 민주당과는 달리 문 후보는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게다가 정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5∼10%로 단일화만 된다면 시너지 효과도 상당하다.

문제는 문 후보가 단일화 시점을 최대한 늦춰잡고 있다는 점이다.

"철학과 비전,가치관이 다른데 무턱대고 같이갈 수 없다.

우리 힘으로 지지율 20%까진 가야 한다"며 11월 초 신당창당에 나설 태세다.

지지율을 높여 단일화 협상의 유리한 고지에 오를 때까진 독자행보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과의 협상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11월20일쯤 여론조사로 단일화를 이루자는 입장이지만 내심 민주당 중심이 대전제다.

각 정파의 '동상이몽'으로 인해 단일화 문제는 11월 말에야 결판이 날 가능성이 높다.

최대 변수는 여론 지지율이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기준은 여론조사였다.

협상과정서 후보 간 우열이 조기에 드러난다면 지지율이 높은 후보로 정리될 가능성이 많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협상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각 정파와 후보의 이해관계가 얽혀 단일화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범여권은 후보난립으로 대선승리에서 멀어진다.

당내적으로는 극한 감정대립까지 벌였던 손학규 이해찬 후보의 지지를 끌어내는 게 급선무다.

두 후보는 "경선결과에 승복한다"고 했지만 훌훌 털어버리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기에는 쌓인 앙금이 너무 깊다.

정 후보에 대한 불신과 본선경쟁력에 대한 회의론 등 '반정(反鄭) 정서'가 여전해 갈등은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

정 후보의 수습책이 미흡하거나 조만간 시작될 범여권 후보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상당수 이탈세력이 발생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이들이 장외 유력후보인 문 후보 쪽으로 대거 이동하고 친노세력이 가세할 경우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