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개인파산 '위험수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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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사는 강모씨(여·49)는 작년 7월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과도한 쇼핑에 따른 카드빚이 문제였다.
강씨는 고부간 갈등에 따른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푸는 버릇이 있었던 것.강씨는 남편에게 카드빚을 들키고 이혼까지 당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주부 정모씨(여·40)는 지난 8월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주식 투자를 잘못해 진 빚을 카드로 막아 오다 펑크가 나서다.
다니던 회사마저 그만뒀다.
서초구에 사는 최모씨는 남편을 위해 보증을 섰다가 빚더미에 올라 할 수 없이 파산을 신청하기도 했다.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여성 파산 신청 건수가 6만8943건으로 7만건에 육박한 데 이어 올해엔 10만건에 달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대법원이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여성 파산 신청이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올 1분기 개인파산 신청자 4만5057명 중 여성이 2만4188명으로 2만869명이 신청한 남성보다 3319명이나 많았다.
비율로 봐도 전체의 54% 정도로 46%인 남성 비율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에도 여성 신청자가 6만8943명으로 남성 신청자 5만4449명보다 훨씬 많았다.
연도별로 보면 2003년 1528명,2004년 6390명,2005년 2만3260명 등으로 급증 추세다.
이처럼 여성 파산 신청자가 늘고 있는 것은 여성의 경우 파산을 신청했을 때 받는 불이익보다 채무를 면제받을 때 느끼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 아무리 빚이 많더라도 경제활동을 위해 개인파산보다 개인회생절차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지만 여성은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빚을 털어내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빚을 탕감해주는 개인파산 결정이 내려지면 취직이 안 되는 등의 불이익을 당하지만 개인회생은 빚을 갚아가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
파산 신청자 중에 가정주부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파산 신청 이유 가운데는 남편 사업을 돕다 빚이 늘어난 경우가 많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2005년 가족 파산비율은 전체 개인파산자 중 29.4%에 달한다.
남편이 파산하면 빚 보증 등으로 덩달아 파산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또 최씨의 경우처럼 남편 사업이 부도난 뒤 생활비를 여성이 감당하면서 카드빚을 져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씨 같은 경우는 주부의 파산 신청이 가족 전체를 파산시키는 안타까운 사례인 셈이다.
개인파산 전문가인 투모로그룹의 서선진 법무사는 "파산 신청을 했을 때의 경제적 불이익은 남성이 더 크지만 사회적 파장은 주부파산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