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알려주는 시보(時報)광고가 달라지고 있다.

1987년 삼성시계가 처음 도입한 이후 20년 동안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시보광고는 시간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기업들의 독특한 광고 수단으로 변신하고 있다.

1997년부터 시보광고를 시작한 삼성전자 애니콜은 최근 다채로운 시보광고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11년째 정시시보(9시 뉴스)를 운영 중인 애니콜은 오랜 세월 귀에 익숙한 기존 시보음(뚜뚜뚜 뚜~)을 어린 아이의 맑고 경쾌한 목소리 (9시~!)로 바꾸는 파격을 선보였다.

딱딱한 뉴스 직전에 나가는 광고인 만큼 긴장감을 해소하고 밝은 느낌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다.

일주일 단위로 총 5편의 광고를 배치하는 전략도 눈길을 끈다.

월,화,수,목,금,토,일로 나눠 다른 소재의 광고를 보여줌으로써 지루함을 덜고 호기심을 일으킨다.

친근한 이미지의 일반 모델(시보 소녀)이 국내는 물론 오사카 등 해외 곳곳의 명소들을 가족과 친구에게 소개한다는 내용이다.

광고의 분위기도 밝아졌다.

이전엔 시간 정보 전달이라는 공익적 역할에 얽매여 브랜드 위상을 강조하는 등 다소 딱딱했지만 최근에는 가족이나 친구끼리 영상통화를 하며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바뀌었다.

기업들은 기존 광고 촬영 때 시보광고를 함께 제작하기도 한다.

이런 광고는 주로 모델의 애드리브 혹은 촬영장 뒷얘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색다른 재미가 있다.

SK텔레콤 시보광고에서는 모델 장동건이 갑자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하고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져 의외 상황에 대한 놀라움을 안겨줬다.

또 최근에는 "지금은 오늘 배운 영상통화 완전정복을 복습할 시간입니다"라며 '휴대전화 완전정복'을 주제로 한 얼짱각도편 등의 광고를 재학습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LG 김장독 시보광고는 모델 백윤식이 천연덕스럽게 "아직 밥 시간 안 됐나? 배고픈데…"라는 말을 하며 자연스럽게 시간을 알려준다.

매일유업 하이마트 동아제약 등 다수의 기업이 고정 시간에 소비자를 찾아가는 시보광고를 실시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