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기업가치 파괴 바람이 거세다.

전통적인 관념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업가치 역전 현상을 놓고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견해와 '가격왜곡'이라는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16일 증시에서는 코스닥 대장주인 NHN이 시가총액 12조6400억원으로 하이닉스(12조2600억원)마저 제쳤다.

NHN 입장에선 전날 KT를 추월한 데 이은 연이틀 승전보다.

하지만 '통신공룡' KT나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들과 자웅을 겨루는 하이닉스에는 어찌보면 '굴욕적인' 사건이다.

이창영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NHN의 급부상은 '플랫폼' 시대가 가고 '콘텐츠' 시대가 왔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한국처럼 좁은 나라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높아지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가치 역전 현상은 증시에서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삼성증권은 기업은행에 비해 점포 수 20%,자산 10%에 불과하지만 최근 이틀 연속 장중 시가총액을 역전시켰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가 시중은행을 제친 것은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투자은행(IB)을 향한 증권과 은행의 경쟁이 본격화됐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증권사 이익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은행은 성장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상장 3년차인 온라인교육 업체 메가스터디는 워런 버핏도 탐낸다는 한국 증시의 대표적 자산주인 롯데칠성을 따라잡았다.

온라인 주식중개전문 키움증권도 NH투자증권 교보증권 등 거대 금융그룹 계열 증권사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보유하게 됐다.

기업가치 파괴 현상은 새로운 시대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병서 한화증권 전무는 "중국 인도 등 거대 신흥시장이 고속 성장 중인 데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몇년 전 생각과 잣대로 지금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선입견에 빠지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최근 증시 상황에 대해 동의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남권 신영투신 상무는 "실현되지 않은 미래가치가 일부 종목에서 과도하게 반영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2000년을 전후한 정보기술(IT)버블 때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 왜곡을 바로 잡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