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대상] 차별화된 마케팅이 성공기업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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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백제 무왕이 되는 서동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딸 선화공주와 정을 통했다는 내용의 노래를 지어내 아이들을 시켜 퍼뜨리게 한다. 이런 소문이 서라벌 장안에 퍼지면서 결국 서동은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는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서동요'에 얽힌 얘기다. 어쩌면 우리나라 최초의 마케팅 사례일지도 모른다. 요즘 말로 하면 '입소문 마케팅'(Buzz Marketing)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중국의 한자성어에는 '증삼살인'(曾參殺人)이라는 말이 있다. 성인군자이자 효심이 깊은 공자의 제자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는 헛소문이 여러번 반복되자 어머니까지 무서워서 도망쳤다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일관되게 되풀이된다면 사실로 믿게 되는 게 대중의 심리다. 하물며 거짓이 아닌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일관되게 반복해 전파한다면 그 효과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물론 설득력과 호소력을 높이기 위해 거기에 약간의 과장을 섞는다고 해도 '홍보'나 '마케팅'의 이름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다.
기업 경영활동의 핵심인 마케팅은 사실 기업보다 훨씬 오랜된 역사를 갖고 있다. 인류의 시작과 함께 발전해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훌륭한 마케팅 전략 없이는 어떤 좋은 상품도 제대로 빛을 볼 수 없다. 마케팅은 다 죽어가는 기업을 살리기도 하고,상품성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제품도 불티나게 팔릴 수 있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일본의 한 농부가 모진 태풍을 맞아 상처가 나고 맛도 없어진 사과를 '거센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행운의 사과'로 광고하면서 수험생 자녀들에게 비싼 값에 팔아 큰 수익을 올렸다는 일화는 잘 알려진 사례다.
마케팅 기법은 무궁무진하다. 구전 마케팅 외에도 감성 마케팅,캐릭터 마케팅,스포츠 마케팅,VIP 마케팅,그린 마케팅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경영자나 기업의 창의력이 많이 반영되는 부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마케팅만 한다고 돈이 저절로 굴러오는 건 아니다. 경쟁업체의 제품을 모방하거나 정체성 없고 차별화되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으면 팔리지 않는다. 마케팅에는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하고,정체성과 차별화도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비욘세폰'을 내놓고 LG전자가 '프라다폰'을 출시하는 것도 '폰들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가 거액을 들이면서까지 일본 도요타를 따돌리고 자동차업체로는 단독으로 월드컵축구 스폰서십을 따낸 것도 '월드컵 마케팅'의 막대한 효과를 잘 알기 때문이다.
KMAC(한국능률협회컨설팅)가 주관한 '2007 한국의 경영대상 마케팅대상'에 선정된 기업들은 이 같은 마케팅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간파,큰 성공을 거뒀다. 올해는 제일모직 하이트맥주 SK네트웍스 동부화재해상보험 대우캐피탈 대림산업 보령메디앙스 이브자리 형지어패럴 트라이브랜즈 등 17개 기업이 상을 받았다. 이 중 제일모직은 5년 연속,하이트맥주는 3년째 종합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아 '마케팅의 귀재'로 자리매김했다.
이들 기업은 차별화되고 전문화된 브랜드 정체성(Identity)을 확립하고 체계적이고 획기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블루오션'(경쟁없는 신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선 철저한 고객분석을 통한 브랜드 정체성 확립과 차별화 전략이 눈에 띈다. SK네트웍스의 '스피드메이트'는 전국 550여개 점포에서 표준 정찰제와 시스템을 통한 정비 이력 및 친절 청결 신뢰로 대한민국의 '정비 표준'이 됐다. 보령메디앙스는 '아기와 엄마를 위한 모든 것'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엄마와 유아에 관련된 전문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형지어패럴은 20대 후반에서 50대에 이르는 중장년 여성들도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어덜트 캐주얼'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했다. 동부화재는 '프로미'(Promy)를 대표 브랜드로 해 장기보험은 '프로미 라이프',자동차보험은 '프로미카' 등으로 하는 등 체계를 갖췄다.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체계적인 디자인 마케팅활동도 확산되고 있다. 제일모직은 삼성패션연구소,이태리 밀라노 법인,빈폴 뉴욕 스튜디오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 수집과 연구·개발(R&D)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림산업은 사내에 '라이프 크리에이션 팀'을 설치해 편리성이 극대화된 아파트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KMAC 관계자는 "제품 중심의 브랜드 마케팅 활동이 금융 및 서비스 기업들의 브랜드 마케팅 활동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보다 체계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것도 과거와는 다른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