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한 TV 뉴스에서 '와인에 발암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와인업계는 벌집을 쑤신 듯 술렁거렸다.업계 관계자는 "와인이 암 예방에 특효가 있다는 방송이 나간 게 불과 1,2년 전인데…"라며 아쉬워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16일엔 급기야 프랑스 보르도 와인 협회(CIVB)까지 국내 언론에 반박 자료를 보냈다."1800여개의 와인을 검사한 결과 발암물질로 지목된 에틸 카바메이트가 학계 권고치보다 훨씬 낮고 주류를 포함한 음식 섭취를 통해 에틸 카바메이트가 인체 건강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다"는 것.자료 출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와인 섭취에 의한 에틸 카바메이트의 인체 노출량 등을 고려할 때 위해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해명함으로써 '비상 상황'은 일단락됐다.

와인이 대중화하는 만큼 역풍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한 와인 수입업체 관계자는 TV 보도를 접한 후 "와인 경계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와인에 눌려 고사 직전의 위기에 처한 한국 전통주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것 아니겠느냐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왔다.와인을 신주 단지 모시듯 어려운 용어를 섞어 가며 마시는 이들에 대한 혐오 또한 와인 열풍을 못마땅해 하는 기류를 형성했을 것이다.

와인경계론은 음식에 맞춰 마시는 와인의 다양한 음주법을 전통주에 접목하고 있는 일본의 주류문화를 떠올리게 한다.일본에선 프랑스 샴페인처럼 기포가 올라오도록 만든 '스파클링 사케'에서부터 '드라이(dry) 사케','스위트(sweet) 사케' 등을 만들어 와인처럼 사케를 즐기도록 하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해외 문물을 자기식으로 소화하는 일본인 특유의 유연성이 부러울 따름이다.

와인은 이미 단순한 술 이상의 마력을 지니고 있다.'해외 비즈니스에 필요해서' 혹은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하기 쉬운 소재'라는 이유로 여러 국가의 비즈니스맨들이 와인 문화를 배운다.와인은 영어 다음으로 배워야 할 '만국 공통어'라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와인경계론을 경계해야 할 이유다.

박동휘 생활경제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