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전대)가 지난 전대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기업인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다.4000억원대의 자산가로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500대 부호에 들어간 량원건(梁穩根) 싼이(三一)그룹 회장을 비롯,중국에서 '대부호'라고 불릴 만한 30명의 자본가들이 대표로 당당히 참석했다.장루이민(張瑞敏) 하이얼(海爾) 회장,선원룽(沈文榮) 사강(沙鋼)그룹 회장,왕젠린(王健林) 완다(萬達)그룹 회장 등 쟁쟁한 기업인들도 공산당원증을 들고 인민대회장에 들어섰다.

인민일보는 이번 17차 당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대표 2213명 가운데 30% 정도가 중앙과 지방의 국유와 민간기업 임직원들로 채워져 있다고 전했다.지난 16전대에서는 10%도 안 됐었다.특히 장쑤성은 당 대표 68명 가운데 3명이 민간기업 대표로 참여했다.이들 3명은 '철강대왕'의 별명을 가진 사강그룹의 선 회장과 '신발왕'으로 불리는 썬다(森達)그룹의 주샹구이(朱相桂) 회장,의류업체에서 시작해 기계류로 사업 범위를 넓이고 있는 훙더우(紅豆)그룹의 저우하이장(周海江) 회장이다.지난 16전대에서 35명이었던 금융권 대표도 이번엔 40명으로 늘었다.이들은 민영 자산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표로서 국가의 중대 현안과 지도 방향에 대한 토론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지도 체제를 결정하는 데에도 관여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 자본가들이 참석한 것은 지난 16전대부터.장쩌민 당시 국가주석의 '3개 대표론(노동자ㆍ농민 지식인 자본가)'이 국가의 지도이념이 되면서 자본가의 공산당 입당이 허용됐다.

중국 공산당은 이들 민영기업인과 외자기업인을 '신경제조직'으로,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직종을 '신사회조직'으로 규정하고 당이 아울러야 할 대상으로 삼고 있다.현재 중국에는 이들 양대 조직에 해당하는 계층이 1억5000만명에 이르며 이들은 모두 10조위안(약 1200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한 시사평론가는 "이들이 대표로 참가함으로써 중국 경제 및 사회의 기반인 민영기업과 기층 인민의 바람과 요구를 적극 반영할 수 있게 돼 의사 결정이 더욱 탄탄해졌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