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공기업 '신설파티'] 민간기업 돈 끌어다 퇴직관료 자리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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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내 공공기관 신설 현황을 보면 관료사회가 참여정부의 허점을 얼마나 잘 이용했는지 단숨에 알 수 있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공기업 구조조정'의 목소리가 잦아지고 '일 잘하는 정부' 얘기가 나오자마자 공무원들은 서둘러 산하기관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퇴직 후 차고 앉을 수 있는 자리들이다. 이런 공공기관이 매년 5~6개씩,총 28개가 만들어졌고,정권 말에는 더욱 열을 올려 이미 11개 공공기관 설립 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거나 정부 내 심의를 받고 있다.
◆민간기업 팔 비틀기도
산업자원부 관료들은 지난 5년간 5개의 산하 공공기관을 만들었다. 일년에 한 개꼴로 만든 셈이다. 이 가운데 최근 만들어진 한국에너지재단과 에너지자원기술기획평가원을 두고 말이 많다. 기존 조직을 활용해도 되는데 굳이 그런 기구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한국에너지재단은 저소득층 난방지원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설립됐다. 이 기관은 올해 산자부로부터 100억원을 위탁받아 7월 말 현재 1만376가구에 보일러 교체 사업 등을 펼쳤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은 당초부터 전국에 12개 지사를 보유한 에너지관리공단이 지사를 통해 사업을 전개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도 산자부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민간기업,한전과 5개 발전자회사에서 자금을 끌어들여 재단을 설립했다. 여기엔 고건 전 국무총리 캠프의 핵심 인사였던 이세중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관가에선 이 이사장 후임은 관료 출신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파다하다.
지난 9월 신설된 에너지자원기획평가원도 산업기술평가원 등 비슷한 업무를 하는 곳이 많아 처음부터 신설 계획이 비판받았던 케이스. 그러나 산자부는 역시 SK에너지와 GS칼텍스에서 각각 2억원,전자부품연구원과 자동차부품연구원에서 각각 1억원을 출연받아 기관을 설립했다.
◆정권 말 더 열낸다
정권 말로 갈수록 공무원들의 공공기관 설립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정부가 끝나면 일이 틀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더욱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법무부가 각 부처의 법률 처리를 맡는 별도의 정부법무공단을 만들기로 했고,산자부는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을 또 만들겠다고 계획 안을 제출,공공기관운영위를 통과시켰다. 잠잠했던 복지부도 신약이나 의료기기의 경제적 효과를 연구한다며 약 140명 규모의 연구기관(가칭 의료연구원)을 만들겠다는 안을 내놨고,국민연금공단 내 기금운용본부를 공사(기금운용공사)로 분리.확대하는 안도 추진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경우 현재 70명 수준이지만 공사로 분리될 경우 최소 2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채권 위주로 하기보다 대체투자나 주식에 집중하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비슷한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선진국의 경우 인력이 200~400명은 된다"고 말했다.
재정 전문가들은 그동안 만들어진 28개,현재 추진 중인 11개의 공공기관을 합할 경우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이 탐을 내는 기관장과 임원 자리만 해도 최소 60~70개는 더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내서도 반론 많아
이 같은 공공기관 신설 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 10일 공개된 제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민간위원들은 국무조정실이 제출한 6개 의료연구개발 지원기관 설립 안과 복지부의 의료연구원 설립 안 등에 대해 기존 조직과의 업무 중복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지적했다.
박광서 전남대 교수는 의료연구원 신설과 관련,"보건산업진흥원이 의료분야 연구 및 R&D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진흥원 조직을 보강해서 수행하면 안되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결국 이날 6개 기관 설립 안과 의료연구원 설립 안은 거의 원안대로 의결돼 통과됐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는 "참여정부 내에서 공공기관들이 몸집을 불렸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신설기관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며 "공공기관 설립을 꼭 필요한 부문에 엄격히 제한하는 통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수진/정재형 기자 notwoman@hankyung.com
2003년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공기업 구조조정'의 목소리가 잦아지고 '일 잘하는 정부' 얘기가 나오자마자 공무원들은 서둘러 산하기관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퇴직 후 차고 앉을 수 있는 자리들이다. 이런 공공기관이 매년 5~6개씩,총 28개가 만들어졌고,정권 말에는 더욱 열을 올려 이미 11개 공공기관 설립 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거나 정부 내 심의를 받고 있다.
◆민간기업 팔 비틀기도
산업자원부 관료들은 지난 5년간 5개의 산하 공공기관을 만들었다. 일년에 한 개꼴로 만든 셈이다. 이 가운데 최근 만들어진 한국에너지재단과 에너지자원기술기획평가원을 두고 말이 많다. 기존 조직을 활용해도 되는데 굳이 그런 기구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한국에너지재단은 저소득층 난방지원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설립됐다. 이 기관은 올해 산자부로부터 100억원을 위탁받아 7월 말 현재 1만376가구에 보일러 교체 사업 등을 펼쳤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은 당초부터 전국에 12개 지사를 보유한 에너지관리공단이 지사를 통해 사업을 전개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도 산자부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민간기업,한전과 5개 발전자회사에서 자금을 끌어들여 재단을 설립했다. 여기엔 고건 전 국무총리 캠프의 핵심 인사였던 이세중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관가에선 이 이사장 후임은 관료 출신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파다하다.
지난 9월 신설된 에너지자원기획평가원도 산업기술평가원 등 비슷한 업무를 하는 곳이 많아 처음부터 신설 계획이 비판받았던 케이스. 그러나 산자부는 역시 SK에너지와 GS칼텍스에서 각각 2억원,전자부품연구원과 자동차부품연구원에서 각각 1억원을 출연받아 기관을 설립했다.
◆정권 말 더 열낸다
정권 말로 갈수록 공무원들의 공공기관 설립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정부가 끝나면 일이 틀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더욱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법무부가 각 부처의 법률 처리를 맡는 별도의 정부법무공단을 만들기로 했고,산자부는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을 또 만들겠다고 계획 안을 제출,공공기관운영위를 통과시켰다. 잠잠했던 복지부도 신약이나 의료기기의 경제적 효과를 연구한다며 약 140명 규모의 연구기관(가칭 의료연구원)을 만들겠다는 안을 내놨고,국민연금공단 내 기금운용본부를 공사(기금운용공사)로 분리.확대하는 안도 추진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경우 현재 70명 수준이지만 공사로 분리될 경우 최소 2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채권 위주로 하기보다 대체투자나 주식에 집중하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비슷한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선진국의 경우 인력이 200~400명은 된다"고 말했다.
재정 전문가들은 그동안 만들어진 28개,현재 추진 중인 11개의 공공기관을 합할 경우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이 탐을 내는 기관장과 임원 자리만 해도 최소 60~70개는 더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내서도 반론 많아
이 같은 공공기관 신설 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 10일 공개된 제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민간위원들은 국무조정실이 제출한 6개 의료연구개발 지원기관 설립 안과 복지부의 의료연구원 설립 안 등에 대해 기존 조직과의 업무 중복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지적했다.
박광서 전남대 교수는 의료연구원 신설과 관련,"보건산업진흥원이 의료분야 연구 및 R&D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진흥원 조직을 보강해서 수행하면 안되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결국 이날 6개 기관 설립 안과 의료연구원 설립 안은 거의 원안대로 의결돼 통과됐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는 "참여정부 내에서 공공기관들이 몸집을 불렸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신설기관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며 "공공기관 설립을 꼭 필요한 부문에 엄격히 제한하는 통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수진/정재형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