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기간 미지의 세계로 존재했던 호주는 아직도 전모를 드러내지 않은 베일 속의 대륙이다.
불과 25년 전인 1982년에야 항공사진이 공개되면서 알려졌을 만큼 세상으로부터 격리됐던 곳도 있다.
그 중 한 곳이 바로 '벙글벙글 레인지(Bungle Bungle Range)다.
'진정한 호주'라고 불리는 서호주에서도 아웃백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으로 유명한 벙글벙글은 그 이름은 물론 생긴 모습부터 예사롭지 않다.
서호주 최북단의 푸눌루루 국립공원 내에 있는 벙글벙글은 지형적인 특성과 이 지역 곳곳에서 발견되는 수만년 전 아보리진 원주민의 암각화가 남아 있다.역사적 자취와 호주 고유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적 이유 덕분에 벙글벙글은 세계 자연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0만년에 걸친 침식 작용으로 이루어진 벙글벙글은 오렌지색과 검은색 띠가 교차해 마치 벌집을 연상하게 한다.이곳의 독특한 바위들은 해발 578m의 높이로 우뚝 서 있다.규모만큼이나 다채로운 색감도 신비롭기만 하다. 거대한 벙글벙글의 협곡 안으로 들어서면 물웅덩이들이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고 종려나무들은 아슬아슬하게 바위 절벽 틈을 뚫고 자라난다.
벙글벙글로 가는 관문은 서호주 북쪽 끝에 위치한 킴벌리.세계 최대의 환경보호 지역이다.42만3000㎢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에 약 3만명의 인구가 거주한다.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지역이다.벙글벙글을 가장 잘 감상하려면 관광 전용 항공기를 이용해야 한다.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면 거대한 벙글벙글 레인지의 아름다움과 장엄함,그 신비한 분위기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서호주 북부의 관문 도시인 브룸이나 카나나라와 같은 지역의 항공사에서 다양한 관광용 비행기와 헬기를 제공하고 있다.자동차를 이용한 탐험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어린왕자'에서 나왔던 바오밥 나무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오렌지 빛의 사암석 풍경 속을 달리는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다.이 지역은 우기에 비가 많이 오면 도로나 경비행장이 폐쇄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육로로 여행하는 경우 4월부터 12월까지 도로를 개방하며,차량은 반드시 4륜 구동 자동차로 제한하고 있다. 잘 정비된 4륜 구동 차가 있고 운전과 지도 읽는 법에 자신이 있어야 벙글벙글을 여행하는 조건을 갖추는 셈이다. 벙글벙글 레인지에는 매일 출발하는 단체 투어 상품도 준비돼 있어 보다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여행객들이 벙글벙글 여행에서 백미로 꼽는 것이 바로 캠핑이다.드넓은 아웃백에서 낮에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밤에는 모닥불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남반구의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캠핑을 하고 싶다면 근처의 와랄디나 쿠라종을 방문하면 된다. 단 이곳의 캠핑시설을 이용하려면 물 사용에 제한이 있다. 또 자연 그대로의 화장실에도 익숙해져야만 한다. 자동차 연료와 식음료를 구하려면 3시간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 터키 크릭까지 나가야만 한다. 그만큼 세상과 격리된 곳에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체험지다.
/서진수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