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리언' 시리즈의 시고니 위버는 강인한 여전사의 원형이다.

'에어리언' 이후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과 인류의 운명까지 개척하는 여성들이 스크린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3편 '인류의 멸망'은 시고니 위버의 이미지를 잘 계승한 밀라 요보비치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레지던트 이블'은 2002년 비디오 게임 '바이오 해저드'를 영화한 것이 시초.

1편과 2편 모두 제작비의 3배가 넘는 흥행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성공에 힘입어 3편은 제작비 1억달러의 블록버스터급으로 제작했다.

엄브렐러사가 개발한 'T-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인간의 살을 먹는 좀비들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이제 인류의 멸망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지막 희망은 유전자 변형으로 더 강력해진 여전사 앨리스(밀라 요보비치).

앨리스는 좀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이용해 야망을 이루려는 엄브렐러사의 아이삭스 박사와도 맞서야 한다.

과연 앨리스가 인류를 구할 수 있을지. 양 손에 칼을 든 그녀의 인정사정(?)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1편의 지하 연구소,2편의 축축한 밤거리에서 3편의 무대는 대낮의 라스베이거스 사막으로 바뀌었다.

제작비가 늘어난 만큼 화면도 스펙터클해졌다.

사막의 생존자 무리를 습격하는 변종 까마귀떼의 집단 공격이 가장 화려한 볼거리.

그러나 장대해진 액션 장면들이 전작들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화면을 가득 채웠던 종말의 침울한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딘가 엉성해 보이던 좀비들의 모습은 잘 다듬어진 대신 스타일리시한 느낌이 사라졌다.

B급 호러무비 같은 느낌을 주었던 자유분방한 연출도 약해졌다.

강인하면서도 야릇한 섹시함과 여성미를 잃지 않는 밀라 요보비치의 연기가 인상적이긴 하지만….

18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