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시장에서 광고단가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아니라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정책적 고려'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이 같은 방송광고 독점 판매로 인한 시장 왜곡과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민영 방송광고판매대행회사 설립 등의 경쟁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2007 한국광고주대회'에서 한국개발연구원 이수일 연구위원은 '지상파 방송광고시장의 경쟁 활성화'란 주제 발표에서 "방송광고시장에 민영 방송광고판매대행사인 미디어렙(media rep)을 2개 이상 설립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방송광고시장에서 광고단가는 '물가 상승 억제'와 '지상파 방송사의 안정적인 수익 보장'이라는 목표 아래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했다.이 같은 광고단가 결정이 인기 매체,인기 시간대에 만성적인 초과 수요를 발생시키고 비인기 매체,비인기 시간대에는 초과공급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이 연구위원은 광고공사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인기 시간대를 광고주에게 할당하고 비인기 매체를 끼워 파는 방식을 취하는 등 독점적 판매 대행과 가격 규제로 지상파 방송광고시장에서 비효율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또 "광고방송판매시장에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광고시장의 판매대행 서비스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경쟁 부재 속에서 광고판매대행 수수료율(14%)이 높게 규정돼 있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광고공사의 가격규제가 간접적으로 지상파 방송사 간 경쟁이 이뤄지는 시청자시장(audience market)과 외주제작시장(independent production market)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고수익이 시청률에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통한 시청률 경쟁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는 양질의 독립제작물에 대한 수요가 약화돼 외주제작물 공급이 적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광고 수익이 고정됨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들은 국내 유료방송시장,해외시장 등 방송프로그램의 2ㆍ3차 유통 창구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주제작물의 저작권 보유를 고집하고 결과적으로 독립제작시장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설명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수익 중 광고수익 비중이 95%에 달하는 상황에서 광고공사의 가격 규제는 실질적으로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수익률 규제를 의미해 다큐멘터리 같은 비인기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는 등 제작시장의 왜곡을 불러올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