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이 증시로 이탈하는 '머니 무브'가 가속화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등 우량자산 유동화를 서두르고 있다.

자산 경쟁으로 유동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던 은행들이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유동화에 눈을 돌린 것이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유동화 시장이 발전할 것으로 보고 유동화 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자금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동화 증권 발행이 활성화되면 자금 조달과 운용간의 '미스매치'가 줄어 은행들이 고정금리형 20∼30년 장기 대출 상품을 대거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우리은행 등은 내년 중 주택담보대출을 기초로 MBS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 판매를 시작한 '금리 확정 모기지론'을 기초로 내년 중 해외에서 MBS를 발행키로 했다.

이 상품은 최장 30년간 고정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주택 담보대출 상품이다.

박희성 신한은행 자금부장은 "장기간 대출해주려면 리스크를 줄이고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MBS를 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1조원 한도가 다 판매되면 MBS 발행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내년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자산을 기초로 1조원 규모의 해외 MBS를 발행할 계획이며,우리은행도 MBS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MBS는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이 2004년부터 7차례에 걸쳐 발행한 바 있지만 국내은행은 발행한 사례가 없다.

이는 자금 조달이 어렵지 않았던 데다 외형 경쟁 중에 자산이 줄어드는 유동화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시중 자금이 증권시장으로 몰려 은행들이 예금 유치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재경부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대비해 자산담보부증권(CDO) 등 새로운 구조의 유동화증권 발행이 가능하도록 자산유동화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박동영 우리은행 자금부장은 "매월 유동성 비율을 맞춰야 하는데 수신은 줄고 은행채 발행은 공시제 도입으로 까다로워졌다"며 "당장 유동성은 문제가 없지만 향후 조달 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어 MBS CDO 등 유동화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재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예금 이탈로 수신이 어렵자 자산유동화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자산 유동화는 자금 조달의 애로를 해결하고 기초자산 대리운용에 따른 수수료 수입을 가져다 주며 해외신인도를 높이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유동화가 활성화될 경우 고정금리형 장기대출 상품 출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우리은행 자금팀 관계자는 "30년 등 장기 대출상품을 내놓으려면 자금 운용과 조달의 미스매치를 해결해야 하는데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 MBS발행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유동화 채권(RMBS) 발행을 가정하고 설계한 장기대출 상품을 개발해 본격적으로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의 '금리 확정 모기지론'이 대표적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