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의 자산을 매입하려는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 인도 주식에서 브라질 채권,남아프리카공화국 통화(랜드.RAND)에 이르기까지 개도국 자산이면 무엇이든 사들이려는 열기가 확산되는 추세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8일 이머징 마켓 자산은 선진국 자산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며 이는 예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신용위기가 세계경제를 긴장시켰던 지난 8월 이후 글로벌 자금의 이머징 마켓 유입이 빨라지고 있다.

펀드 조사 회사인 EPFR 글로벌의 브래드 더햄은 "올 들어 이머징 마켓에 유입된 해외 투자자금 290억달러 중 82%가량이 최근 7주 사이에 들어온 돈"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외국 투자기관들이 인도 증시에 투자한 돈은 총 176억9000만달러.작년 한 해 전체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79억9000만달러)의 2배를 넘는 규모다.그 힘으로 인도 선섹스지수는 작년 초에 비해 2배나 급등하며 19,000을 넘어섰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8일 홍콩 주식과의 맞교환 추진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작년 초보다 420% 뛰었다.남아프리카공화국 통화인 랜드에도 매수세가 몰려 지난 8월 중순 달러당 7.4랜드에서 지난 17일에는 6.79랜드로 화폐가치가 크게 올랐다.

같은 기간 브라질 10년 만기 국채수익률도 연 12.86%에서 11.47%로 내려 수요가 크게 늘고 있음을 보여줬다.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이머징 마켓 주식투자 전략가인 조너선 가너는 "이머징 마켓 주식이 선진국 주식에 비해 10% 정도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선진국 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지고 있다.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미국 주식펀드에서 63억달러,유럽 주식펀드에서 69억달러,일본 펀드에서는 39억달러가 각각 빠져 나갔다.

장기 투자자들인 선진국의 연기금과 중앙은행,선진국 시장에만 투자하던 펀드들도 이머징 마켓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흥경제국 정부들이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가 자국으로 번지지 않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게 이머징 마켓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 한 요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이들 정부는 국가채무를 줄이고 정부 예산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외환보유액 증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머징 마켓 전체로 보면 순채무국에서 순채권국으로 곧 바뀔 전망이다.

최근엔 중국이 자국 연기금과 투자조합,개인투자자들의 해외 투자를 완화해준 것이 홍콩 증시와 다른 아시아 증시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이머징 마켓 지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내린 지난 8월18일 이후 30% 폭등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현상이 선진국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금세 사라질 유행과도 같은 것이라고 평가한다.

투기적 거품이 만들어지는 초기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안전자산 선호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투자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아온 인도네시아와 칠레의 유가증권을 사들이는 것은 이머징 마켓 자산 자체가 안전자산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힘을 얻고 있다.

HSBC 인베스트먼트의 이머징 마켓 대표인 크리스찬 디세글리즈는 "이머징 마켓이 선진국 시장보다 덜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