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내놓은 '해외 M&A 활성화 방안'은 과도한 외환보유액을 해외로 빼내 환율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해외 M&A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중국 인도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유도함으로써 일방적인 환율 하락을 저지하는 거시경제적 효과를 거두는 한편 천연자원 등 전략적인 가치를 보유한 외국기업이나 자산 등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중국 인도는 물론 각국의 국부펀드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기업들의 해외 M&A를 자유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 M&A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고 주식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는 데다 국내 기업들의 경험도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해외 M&A를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인도에 뒤진 해외 M&A

한국 기업들의 해외 M&A 투자액은 2000년 17억1000만달러를 기록한 뒤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10억달러를 넘어선 적이 없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 직접 공장을 세우는 그린필드 투자에 열중했기 때문이다.

해외직접투자에서 M&A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6.9%,2006년 8.6%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2002년 처음으로 해외 M&A에 1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뒤 투자액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해외 M&A에만 149억달러를 투자했다.

인도 역시 지난해 47억4000만달러를 해외 M&A에 쏟아붓는 등 공격적인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국내 기업들이 각종 규제 때문에 해외 M&A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기업과 사모펀드의 자유로운 해외 진출을 허용하지 않는 각종 규제가 장애요인"이라며 "해외 기업 인수를 위한 자금지원과 세제지원을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환율안정 기대

정부는 해외 M&A가 활성화될 경우 외환시장이 안정되는 부수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식매매 차익을 노리는 포트폴리오 투자와 달리 해외 M&A 투자는 '환율헤지'(투자국 통화를 원화 환율로 미리 고정시켜 환변동 위험을 제거하는 것)를 하지 않기 때문에 원화 환율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거나 해외펀드에 가입하는 경우 대부분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선물환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선물환 계약을 떠맡은 금융회사들은 이를 시장에 내다팔게 된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주식이나 해외펀드를 매입하는 만큼 원화 환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지만,이와 함께 선물환 계약을 시장에 내다팔아야 하므로 환율안정 효과를 '무위'로 돌리게 된다는 얘기다.

반면 해외 M&A투자는 환율헤지 없이 해외기업이나 해외자산을 매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화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효성이 지난해 미국 굿이어사의 타이어 생산공장을 인수한 것이나 두산인프라코어가 올해 7월 미국 잉거솔랜드의 건설기기 3개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 등은 환율 방어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