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밀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다세대ㆍ다가구 주택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올 들어 매수세가 큰 폭으로 늘면서 매물을 찾기 힘들 정도다.

경매시장에서는 다세대ㆍ다가구주택 낙찰률이 아파트를 크게 웃도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다세대ㆍ다가구는 과거에도 아파트에 비해 저가였지만 지난해 아파트값 급등으로 가격 메리트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또한 청약가점제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청약점수가 낮은 신혼부부 등 젊은층이나 자금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시세차익을 노린 소액 투자자들도 저평가된 매물을 찾아 매수세에 가담하는 추세다.

다세대ㆍ다가구는 그러나 객관적인 가격정보가 별로 없고 매물별로 거주환경이나 평면 등 품질 차이가 커 매입 대상을 고를 때는 아파트에 비해 훨씬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올 들어 가격 2배로 뛴 곳도

다세대ㆍ다가구의 인기는 올 들어 비(非) 강남권을 중심으로 뚜렷이 확인되고 있다.

마포구의 대표적인 다세대ㆍ다가구 밀집지역인 망원동 일대는 대지지분 3.3㎡(1평)당 매매가격이 지난해 900만~950만원에서 올해 2000만원 수준으로 배 이상 뛰었다.

전용면적 76㎡(23평)에 대지지분 39㎡(12평)짜리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은 지난해 하반기 1억2000만원에서 올해 2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또다른 다세대ㆍ다가구 밀집지역인 관악구 봉천동 낙성대 주변도 강세다.

봉천7동과 11동의 전용 66㎡(20평),대지지분 33㎡(10평)짜리는 지난해 말 1억5000만~1억6000만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2억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강남권에 가까운 동작구 사당동과 강동구 길동 일대 다세대ㆍ다가구주택 밀집지역도 지난해 대지지분 3.3㎡당 1700만원 안팎의 매물이 많았으나,최근에는 2000만원 미만인 매물을 찾기 힘들다.

강남권은 지난해 이미 아파트값과 함께 다세대ㆍ다가구주택 값도 크게 올라 최근에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매수세는 아파트보다 많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유엔알컨설팅의 박상언 사장은 "최근에는 저평가돼 있고 재개발 호재가 있는 성동구 옥수동,금호동 일대 다세대ㆍ다가구주택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청약가점제 적용받지 않고 DTI 규제도 없어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의 인기요인으로는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 꼽힌다.

아파트는 최근 몇년간 가격이 급등해 자금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나마 값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신규분양 아파트도 청약가점제 시행 등으로 자격요건이 까다로워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혼부부 등 젊은층과 자금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다세대ㆍ다가구주택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나중에 재개발이나 재정비사업이 추진될 경우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아파트와 달리 DTI 규제가 없는 점도 수요자들을 끌어들이는 또다른 이유다.

DTI는 주택을 구입하려는 고객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미래에 돈을 얼마나 잘 갚을 수 있는지를 소득으로 따져 대출한도를 정하는 제도다.

지난 2월까지는 투기지역 안에 있는 시가 6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할 때에만 대출한도가 DTI 40% 이내로 제한됐다.

고객의 연간 소득이 5000만원이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원 이하가 되도록 대출액을 정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올들어 1ㆍ31 부동산대책 발표로 6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도 DTI 40~50% 규제가 적용돼 대출받아 아파트를 사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반면 다세대ㆍ다가구주택에는 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채훈식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최근에 지어진 다세대ㆍ다가구 가운데는 신규 분양아파트 수준의 품질을 갖춘 곳도 많아 선택의 폭도 크게 넓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 집'아니면 '낡은 집' 골라야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을 매입할 때는 아파트에 비해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엇보다 아파트와 달리 객관적인 시세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품을 더 많이 팔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은 지은 지 2~3년 이내의 '새 집'을 고르거나,아니면 아예 건축한 지 오래된 '낡은 집'을 고르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이 때 본인이 직접 거주하거나 임대수익을 원한다면 가능한 신축 주택이 밀집한 곳에서 새 집을 구하는 것이 좋다.

반면 재개발ㆍ재건축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노후주택 밀집지역에서 낡은 집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입주 5~10년 정도의 매물은 거주목적이든 투자목적이든 모두 불리하기 때문에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주차여건도 세심히 살펴야 한다.

아파트에 비해 주차공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이웃과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진입로도 최소 4m 이상은 돼야 불편이 적다.

특히 집을 사고 팔 때 실거래가보다 낮게 매매가를 신고하는 '다운계약서' 작성은 피하는 게 좋다.

◆재정비촉진지구에선 3년 실거주 감수해야

재정비촉진지구에 있는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은 일반지역보다 규제가 심하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재정비촉진지구는 여러 개의 재개발ㆍ재건축구역을 한데 묶어 광역개발하는 도시정비 방식이다.

서울에서는 지난해 10월 이후 16개 뉴타운을 비롯해 모두 22곳이 선정돼 있는 상태다.

이들 지역에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돼 20㎡(6평) 이상 지분(토지)을 매입하려면 기존 주택을 팔고 3년 이상 본인이 실제 거주해야 한다.

더욱이 재정비촉진지구 개발호재로 이미 가격이 크게 올라있는 경우가 많아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동산콘텐츠팀장은 "사업 초기 단계에 지분을 매입한다면 기대수익은 커질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며 "실수요자라면 기대수익이 작더라도 사업시행인가 등 사업준비 단계가 어느 정도 진행된 곳의 지분을 매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