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회가 소수 기업의 독과점으로 왜곡된 시장을 바로 잡을 방법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 규제가 아니라 진입 규제 철폐를 통한 경쟁 촉진이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그동안 공정거래법 시행령 5조 1항 개정을 통해 가격 남용 행위의 범위를 늘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 설정 자체를 직접 규제하려 했다.

재계와 경제학계는 이것이 정부에 의한 가격 통제가 될 것이라며 한 목소리로 반대해왔다.

18일 규개위는 공정위안에 대해 '철회 권고'를 내려,가격 규제 시도로 촉발된 이 같은 논란을 명쾌하게 매듭지었다.

규개위가 모처럼 '규제개혁'이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는 평가다.

◆철회 권고 배경은


규개위는 공정위의 가격 규제안에 철회 권고 결정을 내린 이유로 우선 '시장 원리의 훼손 우려'를 들었다.

이날 경제1분과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것은 시장 경제의 가장 첫번째 원칙으로 이를 훼손하려는 시도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모든 위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위원회에 이동규 사무처장을 보내 이 같은 규개위원들의 입장에 대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가격으로 횡포를 부리는 일부 시장에만 적용하려는 것이어서 시장 경제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은 과장됐다"는 주장을 폈다.

규개위 분과위원회에 차관보급인 사무처장을 파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위원들은 "공정위가 부작용이 없도록 운용하겠다고 하지만 이번 사안은 그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며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절대로 손대서는 안되는 규제 방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위원들은 공정위가 가격 규제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려는 유혹을 떨쳐버리고 독과점 시장에 대해 '경쟁 촉진'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더욱 충실할 것도 주문했다.

진입 규제를 가격 규제로 풀 것이 아니라 해당 산업 담당 부처에 진입 장벽 완화를 적극적으로 주문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위원은 "공정위가 정부의 각종 법규 중 경쟁제한적 규정을 찾아내 시정토록 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며 "통신 은행 등의 시장에서 독과점 사업자가 생기게 된 구조적인 원인은 정부의 진입 규제에 있는데 이를 가격 통제로 해결하는 것은 공정위가 본분을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업종 규제' 카드 빼드나


공정위는 규개위 결정을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내부적으론 앞으로 공청회 등 여론 수렴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거나 대상 업종을 한정하는 쪽으로 가격 남용 규정을 손질하는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 문제를 지속적으로 문제삼을 태세다.

공정위 관계자는 "토익응시료 은행수수료 등 소수 사업자가 폭리를 취한다는 여론이 뜨거운 분야가 여전히 많다"며 "이를 해결할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규개위 관계자는 "지금의 규개위원들이 전부 물갈이되지 않는 한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방식의 시행령 개정안은 통과될 수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