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최근 재경부 간부회의에서 단기외채의 빠른 증가속도를 지적하며 대응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재경부는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단기외채 증가요인으로 지목되는 해외펀드의 환헤지 형태,선물환거래 실태,금리 차익거래 현황,외국인의 국내채권 매입실태 등 전반적인 거래 현황에 대해 조사를 실시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재경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단기외채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데,구체적으로 기관과 거래형태별로 단기외채가 증가하는 시스템을 파악할 것"이라며 "결과가 나오면 금융감독원 한은 등과 함께 협의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 4일 해외펀드 투자급증이 대외채무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해외증권 투자실적과 헤지 비율'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기관에 발송했다.
한은 관계자는 "정확한 헤지 비율이 파악돼야 단기외채 증가액 가운데 어느 정도가 해외펀드 투자와 관련된 부분인지 알 수 있지만 조선업체들의 선물환매도와 마찬가지로 해외펀드 투자도 환위험을 헤지(회피)하는 과정에서 단기외채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이렇다.
자산운용사들은 해외펀드에 들어온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주식에 투자하는데 이중 70~80%(업계추정)는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선물환을 매도한다.
자산운용사들로부터 선물환을 매입한 은행들 역시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외국계은행들과 일정기간 뒤에 되바꾸는 조건으로 원화를 주고 달러를 받는 스와프계약을 맺는다.
외국계 은행은 이 과정에 필요한 달러를 해외에서 차입하게 된다.
한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경상수지가 거의 균형상태이고 외국인들의 주식투자자금도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국내 거주자들의 해외펀드 투자가 증가하면 금융기관들의 외화차입이 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들어 8월까지 경상수지 흑자폭은 5억3000만달러에 불과하고,자본수지 중 직접투자 수지는 52억달러 적자를 내는 등 '비외채성' 외환은 오히려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투자 역시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순매도와 내국인들의 해외투자 확대로 8월까지 236억달러의 순유출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모자라는 달러는 결국 은행들이 해외단기차입등을 늘려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총생산(GDP) 대비 대외채무 비율이 35%(6월 말 기준) 수준으로 독일(147.9%)이나 미국(89.3%)등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안정적이라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