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글로벌 증시를 덮친 것은 사상최고치 경신 행진을 펼치는 국제유가에 대한 공포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악몽에서 벗어나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던 글로벌 증시의 발목을 국제유가가 잡고 있는 것.

국제유가의 급등 원인으로는 △원유생산량 감소에 따른 수급 불균형 △달러화 약세로 인한 투기성 자금 유입 증가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 등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고 있는 유가 상승세는 신흥 시장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오일쇼크처럼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오는 11월 OPEC의 추가 증산 이후 그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은 높지만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급격히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진 점을 감안한다면 국제유가에 대한 부담은 과거에 비해 크지 않다는 것.

WTI의 명목유가가 전고점을 넘어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반면 물가를 반영한 실질유가는 유가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전고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이 연구원은 설명했다.

때문에 유가의 고공 행진이 이어지더라도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은 낮으며 글로벌 경제, 특히 이머징 시장의 경제발전과 동행하는 유가 상승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임정현 부국증권 연구원은 "고유가 행진의 배경들이 단기 소멸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유가강세는 이후에도 상당기간 진행될 것으로 보여 시장참여자들의 투자심리는 물론 경기, 증시 등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고유가가 글로벌 경기호조를 기반으로 한 수요 우위의 수급구도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점과 최근 몇년간 유가와 주가의 상관관계가 역이 아닌 정(正)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고유가 자체에 대한 단순하고 지나친 우려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 상승의 배경 중 하나가 유동성 증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가가 당장 임계치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는 유가상승→세계원자재 부국의 경기 호조→이들 국가의 투자 확대→기타국 경기 호조라는 오일머니의 리싸이클링(recyling)이 진행되고 있어 유가 상승 충격을 실물 경제에서 흡수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고 연구원은 원유의존도 하락과 실물 경기 호조 등을 고려했을 때 90~95달러 이상으로 유가가 상승할 때 과거 1차 오일 쇼크기 수준을 넘어서고 2차 오일 쇼크기 수준에 육박할 정도의 충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