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과 함께하는 알기쉬운 경제] 학벌주의와 기업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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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정아씨의 예일대 가짜 학위 파문으로 우리사회의 '학벌주의'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대학이나 기업에서는 이미 채용된 교수나 직원들의 학력 신고내용을 출신학교에 확인하는가 하면, 일부 유명연예인들의 허위학력 '고백'도 잇따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03년 전국 학부모 8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인 '학부모의 학력주의 교육관 연구결과'에 따르면,약 90%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기대하는 학력수준으로 4년제 대학 이상을 선택했다.
또 자녀를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갖는 데 유리해서(5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우리사회의 학벌주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는 '일류대학 위주의 취업구조(39%)'를 1순위로 꼽았다.
'학벌주의'의 폐해와 해결방안에 대해선 그동안 많은 발표와 토론 등이 진행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학벌주의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기업의 경쟁력이란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요즘 같은 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은 기업의 '생명'이자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토대다.
따라서 기업마다 우수한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당수 기업은 신입직원 채용과정에서 '서류전형→필기시험→면접'의 과정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서류전형과정에서는 지원자 수가 많기 때문에 각 회사별로 나름의 심사기준을 마련해 응시자를 선별할 수밖에 없다.
주로 출신대학 학점 어학성적 봉사활동 등이 선별기준이 되고 있다.
기업은 직원을 뽑을 때 지원자의 능력에 대한 정보를 지원자 자신보다 적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능력이 우수한 지원자를 떨어뜨리고 능력이 부족한 지원자를 선발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정보의 비대칭성 하에서의 불리한 선택'이라고 한다.
이 같은 불리한 선택을 피하기 위해 기업은 '선별하기'를, 지원자들은 '신호보내기'(석.박사학위,자격증 등 제시)를 활용하게 된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지원자들을 선별하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해 온 것이 출신학교를 차별하는 이른바 '학벌주의'다.
그러나 학벌위주의 선발도 좋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학벌과 능력이 모두 우수한 사람이 채용될 수도 있지만 학벌에 비해 능력이 못 미치는 '무늬만 우수한 불량품'을 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비용 상승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대학도 학벌주의가 통하다 보니 대학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노력을 크게 기울이지 않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0%대에 이른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의 대학진학률 평균은 60%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들어가기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쉽다는 뜻도 된다.
졸업률도 미국에서는 4년제 대학 진학생 중 6년 이내에 졸업하는 비율이 60%에 못 미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졸업 걱정을 할 필요가 거의 없다.
게다가 낙제(F)학점을 받더라도 재수강해 이를 A학점으로 바꿀 수 있는 아주 편리한 학점세탁제도(?)까지 구비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이 전세계 유명대학 가운데 차지하는 순위가 보잘 것 없는 것도 이러한 대학교육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시스템으로는 대학의 경쟁력이 생길 수 없다.
학벌주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먼저 기업은 다양한 선별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직원채용 시 천편일률적으로 학벌에만 우선순위를 둘 것이 아니라 필요한 직무 특성에 맞춰 개인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험을 잘 치르고 학교성적이 우수한 사람이 반드시 영업업무 등 대고객 업무까지 잘 수행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1차 전형에서 학벌만을 기준으로 선발할 경우 실제 대고객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탈락될 수 있다.
따라서 직무그룹별로 선발 및 평가기준을 개발해 1차 전형 때부터 다르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학은 '학벌'이 진정한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대학교육의 내실화에 힘써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교수들의 임용과 승진기준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적용키로 한 카이스트의 개혁은 대학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입학 또는 선발시험에만 큰 비중을 두고 다음 과정에 대해선 관심이 적다는 데 있다.
소위 '명문'학교에 입학한 것만을 높이 평가하지 말고, 입학 이후 열심히 노력해야 졸업할 수 있고,대학 졸업 뒤에도 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추가로 평가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에서 진정한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양성될 수 있고, 이들이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송욱헌 <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연구실장 >
대학이나 기업에서는 이미 채용된 교수나 직원들의 학력 신고내용을 출신학교에 확인하는가 하면, 일부 유명연예인들의 허위학력 '고백'도 잇따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03년 전국 학부모 8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인 '학부모의 학력주의 교육관 연구결과'에 따르면,약 90%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기대하는 학력수준으로 4년제 대학 이상을 선택했다.
또 자녀를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갖는 데 유리해서(5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우리사회의 학벌주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는 '일류대학 위주의 취업구조(39%)'를 1순위로 꼽았다.
'학벌주의'의 폐해와 해결방안에 대해선 그동안 많은 발표와 토론 등이 진행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학벌주의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기업의 경쟁력이란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요즘 같은 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은 기업의 '생명'이자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토대다.
따라서 기업마다 우수한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당수 기업은 신입직원 채용과정에서 '서류전형→필기시험→면접'의 과정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서류전형과정에서는 지원자 수가 많기 때문에 각 회사별로 나름의 심사기준을 마련해 응시자를 선별할 수밖에 없다.
주로 출신대학 학점 어학성적 봉사활동 등이 선별기준이 되고 있다.
기업은 직원을 뽑을 때 지원자의 능력에 대한 정보를 지원자 자신보다 적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능력이 우수한 지원자를 떨어뜨리고 능력이 부족한 지원자를 선발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정보의 비대칭성 하에서의 불리한 선택'이라고 한다.
이 같은 불리한 선택을 피하기 위해 기업은 '선별하기'를, 지원자들은 '신호보내기'(석.박사학위,자격증 등 제시)를 활용하게 된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지원자들을 선별하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해 온 것이 출신학교를 차별하는 이른바 '학벌주의'다.
그러나 학벌위주의 선발도 좋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학벌과 능력이 모두 우수한 사람이 채용될 수도 있지만 학벌에 비해 능력이 못 미치는 '무늬만 우수한 불량품'을 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비용 상승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대학도 학벌주의가 통하다 보니 대학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노력을 크게 기울이지 않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0%대에 이른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의 대학진학률 평균은 60%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들어가기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쉽다는 뜻도 된다.
졸업률도 미국에서는 4년제 대학 진학생 중 6년 이내에 졸업하는 비율이 60%에 못 미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졸업 걱정을 할 필요가 거의 없다.
게다가 낙제(F)학점을 받더라도 재수강해 이를 A학점으로 바꿀 수 있는 아주 편리한 학점세탁제도(?)까지 구비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이 전세계 유명대학 가운데 차지하는 순위가 보잘 것 없는 것도 이러한 대학교육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시스템으로는 대학의 경쟁력이 생길 수 없다.
학벌주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먼저 기업은 다양한 선별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직원채용 시 천편일률적으로 학벌에만 우선순위를 둘 것이 아니라 필요한 직무 특성에 맞춰 개인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험을 잘 치르고 학교성적이 우수한 사람이 반드시 영업업무 등 대고객 업무까지 잘 수행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1차 전형에서 학벌만을 기준으로 선발할 경우 실제 대고객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탈락될 수 있다.
따라서 직무그룹별로 선발 및 평가기준을 개발해 1차 전형 때부터 다르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학은 '학벌'이 진정한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대학교육의 내실화에 힘써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교수들의 임용과 승진기준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적용키로 한 카이스트의 개혁은 대학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입학 또는 선발시험에만 큰 비중을 두고 다음 과정에 대해선 관심이 적다는 데 있다.
소위 '명문'학교에 입학한 것만을 높이 평가하지 말고, 입학 이후 열심히 노력해야 졸업할 수 있고,대학 졸업 뒤에도 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추가로 평가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에서 진정한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양성될 수 있고, 이들이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송욱헌 <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연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