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만 10억원 이상을 받은 최고 경영자가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짬짬이 모은 월급에다 고급 아파트도 한 채 챙겼기 때문에 사는 데 아무 걱정이 없었다.

누가 뭐래도 '부자' 소리를 들을 만했다.

그런데 막상 회사 문을 나서고 보니 예상치 못했던 돌출 변수들이 그를 괴롭혔다.

모든 개인사를 부하들이 다 처리해 준 탓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였다.

문이 앞뒤로 나 있는 버스를 어느 쪽에서 타야 하는지,아내에게 물어보려고 휴대폰을 꺼냈지만 집 전화 번호가 몇 번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눈치껏 앞 문으로 타긴 했는데 이번엔 왜 사람들이 지갑을 운전석에 들이대는지 알 수 없었다.

당황한 그가 남들처럼 지갑을 기사에게 보여주고 막 뒤쪽으로 가려는 순간 비수같이 날아오는 목소리."아저씨,버스비 내세요."

'부의 시크릿'(마담 호 지음,임수택 옮김,에이지21)은 열심히 일해 돈은 벌었지만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모르는 사람들을 '진짜 부자'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록펠러의 지적처럼 돈을 위해 일했을 뿐 자기 인생을 위해 책임지고 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세계적인 부호들은 거의가 육체 연령,정신 연령 그리고 돈 연령의 밸런스가 잘 유지돼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20대에 부동산 투자로 백만장자가 된 일본 태생의 여성.부자를 알아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동시통역사 시절 만난 유대인과 화교들의 생존 법칙,인생관,교육관을 종합했다.

'돈은 사랑하고 사람은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돈은 써야 하고 사람은 사랑해야 할 존재' 'Give and Take는 먼저 베푸는 것'이라는 그들의 사고 방식을 통해 진정한 부는 돈이 아니라는 다소 형이상학적 결론에 도달한다.

208쪽,1만2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