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메독(Medoc) 지방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77년 5월 첫 선을 보인 마주앙이 ‘마주앙 레드’‘마주앙 화이트’등의 와인을 만들면서 포도 원액을 가져다 쓴 땅이고,1993년 12월 나온‘마주앙 메도크’(첫 출시 땐 메독이라 표기했으나 성병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메도크로 이름을 바꿨다)란 와인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 와인이기도 하다.

와인 수입이 허용된 시점이 1987년이긴 하지만 불과 몇 해전까지만 해도 ‘마주앙 메도크’는 한국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와인이었다.

동양맥주(현 두산주류BG)가 프랑스 와인업체를 통해 OEM(주문자상표 부착방식)으로 생산한 와인으로 작년까지 약 370만병이 판매(마주앙 전체 브랜드는 1억1600만병 가량)됐다.

이처럼 메독은 국내 와인의 역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맺어준 메독과의 인연


마주앙의 첫 시작은 독일이었다.

동양맥주에서 근무하던 이순주씨와 김준철씨가 독일 리즐링 품종을 도입해 경상남도 밀양에 대규모 포도원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첫 선을 보이게 된 것.밀양은 독일 라인강 인근의 모젤 지역과 기후가 가장 비슷하다고 해서 선택됐다.

두산주류BG 관계자는 "100% 토종 포도만으로는 와인을 만들기 어려워서 프랑스 메독을 비롯해 샤블리스 모젤 등의 지방에서 원액을 가져와 밀양에서 재배한 포도액과 블렌딩을 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마주앙 제품 중에서 100% 토종 포도로 만든 와인은 미사주용으로 쓰인 것밖에 없다.

당시 동양맥주가 와인 사업에 뛰어든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주류 정책 변화 덕분이었다.

쌀로 술을 만드는 것을 금지하면서 과실주를 만들어 보라고 정부 측이 제안했다.

우연이긴 하지만 한국인이 메독이란 낯선 프랑스 땅을 와인을 통해서 접하게 된 데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배경이 된 셈이다.


◆'샤토 마고'의 고향 메독


비단 한국과의 인연 때문이 아니더라도 메독 지방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4300만병(5억유로)을 생산,메독이 속한 보르도 전체 와인 수출액의 절반을 담당했다.

또 메독은 세계에서 가장 귀한 와인들의 집합소이기도 하다.

1855년 제정돼 지금껏 변함없이 이어져온 프랑스의 와인 등급 분류표(1등급부터 5등급까지 있으며 총 88개가 인증을 받았음)에 60개 와인의 이름을 올렸다.

이 60개의 크뤼 와인(cru wine:등급 내에 포함된 고급와인) 중에는 '샤토 마고','샤토 무통 로실드','샤토 라피트'같은 특급 와인들이 포함돼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포도 품종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가 대표적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와인은 색상이 선명하며,타닌이 강하고,오랜 기간 숙성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필립 당브린 메독 와인 협회(CVM) 협회장은 "향신료와 제비꽃,삼나무의 향이 느껴진다"고 소개했다.

메를로의 생산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메를로로 만든 와인은 부드러운 타닌과 풍부한 과일향이 특징이며 그 부드러움과 여성스러움 덕분에 남성적인 성격의 카베르네 소비뇽 등과 블렌딩으로 많이 쓰인다.

◆메독 맛을 느낄 수 있는 싸고 품질 좋은 와인들

'마주앙 메도크' 이후 14년 넘게 시간이 흐르면서 국내에도 수백종의 메독 와인들이 들어왔다.

18일엔 메독과 한국 간의 인연을 총결산하듯 CVM이 주최하고 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SOPEXA)가 주관하는 '2007 프랑스 메독 와인 전시회'가 마련됐다.

전시회 참석차 방한한 필립 당브린 협회장이 본지 독자들을 위해 꼭 마셔봐야 할 메독 와인들을 엄선해줬다.

비단같은 타닌 성분이 삼겹살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룰 것이란 이유로 3만5000원짜리 '샤토 벨그라브(Chateau Bellegrave) 2005'(3만5000원)를 비롯 포이약 지방의 그랑 크뤼 와인의 맛을 느낄 수 있는 17만원짜리 '샤토 바타이에(Batailley) 2003' 등 다양하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