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하고 변덕스런 가을 날씨에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칼칼하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 8∼9월에 비가 많이 와서 높은 습도를 유지하다가 최근 갑자기 건조해지고 일교차가 커지면서 호흡기가 마르고 기관지가 수축되는 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또 해마다 그렇듯 올해는 9월 말부터 감기 바이러스가 돌기 시작해 목 부위가 약한 사람들이 감기 기운으로 염증과 따가움 등을 느끼고 있다.

요즘 감기 등 환절기 호흡기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이가 점차 늘고 있다.

감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성격과 치료법이 다른 질환이 많기에 우선 이를 구별해볼 필요가 있다.

감기는 건조한 공기로 인해 상부 기도의 점막이 말라 면역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걸리게 된다.

엄밀히 비염,부비강염(코 뒤의 공기를 머금는 공간의 염증),인후염,후두염 등으로 세분할 수 있지만 이들 질환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감기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후두를 지나 기관지까지 파고 들면 급성기관지염이 된다.

폐렴은 초기 증상이 감기나 급성기관지염과 비슷해 오인하기 쉽다.

감기와 급성기관지염은 바이러스에 의해,폐렴은 대개 폐렴구균.간균에 의해 감염된다.

전자는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라 항생제 사용이 무의미하지만 후자는 세균에 의한 것이므로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통상 1주 만에 나으면 감기,2주 만에 호전되면 급성기관지염,3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면 급성 폐렴.편도선염.부비강염(축농증) 등 다른 질환에 의한 확률이 크다.

폐렴은 X선 사진으로 쉽게 판독할 수 있다.

따라서 1∼2주 내에 나을 질환이면 동네의원에서 치료해도 괜찮지만 더 오래가면 큰 병원에서 치료받는 게 바람직하다.

기온이 급강하하는 가을 환절기에는 기관지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심해진다.

일반에 다소 생소한 COPD는 고령과 흡연으로 기관지가 좁아지고 폐포의 탄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질환으로 알고 보면 매우 흔한 노인성 질환이다.

발작적 기침과 호흡 곤란을 특징으로 하며 바이러스감염 대기오염에 의해 크게 악화된다.

그리고 분명 감기는 아닌데 예전에 없던 콧물과 재채기 가래로 불편하다면 대기오염,먼지,밀폐된 실내의 자극적인 화학물 냄새 등이 기도를 자극해 과민반응을 유발한 때문이다.



이런 것은 원인을 회피하고 시간이 지나면 쉽게 해결된다.

하지만 과민반응이 남아 마치 감기 같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집먼지진드기,꽃가루,애완동물의 털이나 비듬,곰팡이 등에 의한 알레르기성 비염 또는 천식을 의심해봐야 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매년 비슷한 시기에 증상이 나타나고 감기처럼 1주일 안에 떨어지는 법이 없다.

가을의 경우 잡초의 화분이나 곰팡이 등이 주된 원인이다.

가을의 꽃가루는 봄보다 숫자는 적지만 그 독성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보통 콧물 재채기 코막힘 코끝가려움 귀가려움 충혈 결막염 등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이 먼저 발생하고 수년 후에 천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인구의 10%가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호흡기질환을 예방한다는 건 사실상 어렵지만 그래도 최선의 방도는 있다.

3가지 침입 루트를 막는 것이다.

첫째는 바이러스 존재 확률이 높은 사람 많은 곳에 가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손을 자주 씻고 양치질 또는 가글링을 자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입과 코에 손을 자주 갖다대는데 이를 실천하면 그만큼 손을 통해 몸으로 병원체가 들어갈 확률이 줄게 된다.

셋째는 충분한 휴식과 영양 공급으로 저항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온도의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흡연과 음주를 절제한다.

/정기석 한림대 평촌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