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내우외환을 겪으며 스스로의 수행가풍을 의심받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우리를 향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의 정당성을 주장하기에 앞서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19일 오전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열린 '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 대법회'에서 봉행위원장을 맡은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이같이 주창했다.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종단 내 계파 간 알력과 소속 사찰들의 잇단 비리 사건 등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추상 같은 계율과 수행가풍을 잇는 종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뜻이다.

'봉암사 결사'는 일제강점기의 왜색 불교 잔재와 비불교적 요소를 털어내고 전통 불교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1947년 가을 성철.청담.자운 등 젊은 스님들이 뜻을 모았던 결사운동.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자'며 18개 항의 '공주규약(共住規約.공동생활 규칙)'을 만들어 스스로 농사짓고 탁발하며 치열하게 수행정진했다.지관 총무원장도 이 결사에 막내로 참여했다.

"당시 결사 대중들은 공주규약에 따라 엄격한 참선수행 종풍을 확립했고,사찰에서 비불교적 요소들을 모두 척결해 사찰 본래의 면모를 되살렸습니다.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이라는 백장청규(百丈淸規)를 가풍으로 삼아 스님들의 의제를 정비하고 발우공양,금강경.반야심경 독송 의식 등 의례를 바로 세웠지요."

지관 스님은 "봉암사 결사는 지금 조계종은 물론 한국 불교의 모습과 방향을 정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한국 불교의 혁명이었다"고 평가했다.그러면서 "봉암사 결사 60주년을 맞아 옛 조사와 선지식들의 큰 뜻을 기리며 오늘의 불교를 새롭게 만드는 새로운 결사운동을 조직하는 날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문경=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