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D-3] "일에도 유연성을 … '장시간 근로'는 미덕 아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원덕=한국사회는 요즘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의 수익은 늘고 경제는 성장하는데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구조적 문제인가.
◆토머스 코칸=미국 등 다른 많은 나라도 경험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다.
미국 경제도 2002년 이후 점차 회복됐지만 고용증가는 경기회복 정도에 못 미쳤다.
임금 수준 역시 생산성과 이윤 증가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 경제적 양극화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경제정책 과제의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
재계 및 노동계와 더불어 근로자들이 지식기반혁신경제에서 필요로 하는 숙련을 갖출 수 있도록 평생학습을 촉진해야 한다.또 정부는 경제 및 사회 모두에 긍정적인 부가가치를 가져오는 프로젝트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한다.
◆이=한국의 일부 기업에서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줄이고 교육훈련을 확대하면서,일자리는 늘리고 노동생산성과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뉴패러다임 운동이 일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기업혁신 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나.
◆코칸=한국의 뉴패러다임 운동에 대해 깊은 인상을 갖고 있다.
이 운동은 혁신기반 경제에서 경쟁하고 있으면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일과 가정의 균형,그리고 환경적인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내면서 성과도 거두고 있다.
뉴패러다임이 당면한 도전은,이러한 목적과 가치에 대해 범 국가적인 공감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한국이 이러한 점에서 글로벌 리더는 아니지만 많은 다른 나라에 앞서고 있다고 믿는다.
이는 다가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기 미국 대통령에게 도전이자 우선 순위가 높은 정책 이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관건은 정부,기업,노동계 지도자들이 공통의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기꺼이 함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여성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코칸=여성 인력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것은 한국이 설정한 경제성장 목표와 삶의 질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는 기업과 사회에서의 문화적 변화와 더불어 조직관행 및 공공정책에서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고위 관리직의 대부분을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는 낡은 전통을 깨야 한다.일을 얼마나 생산적으로 유연하게 하는가보다 얼마나 장시간 일하느냐를 더 중시하는 오랜 전통도 극복해야 한다.정부정책은 이용이 보다 편리한 탁아서비스와 영유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남녀고용평등 관련 법규를 강력하게 적용함으로써 이러한 조직적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이=인적자원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임금체계가 어떻게 변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코칸=한국 기업 내에서 임금체계가 성과급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다.그러나 이것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평생학습을 촉진하는 임금체계는 근로자가 새로 개발한 숙련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인사상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기업들은 일자리와 승진구조 모두에 관심을 둬야 한다.
단순히 근속연한에 따른 승진이나 새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보다 상승이동과 수평이동을 위한 기회를 보다 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한국에서도 고용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은 없나.
◆코칸=비정규직은 모든 나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것 같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처하는 핵심적인 열쇠는 강력하면서도 지혜롭게 임금 및 고용 관련 법규를 제정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차별 없이 기본적인 고용안정,최저임금,사회보장 기준을 충족시키는 책무를 다해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대결적 노사관계가 유지되고 있고 노동운동 내부의 연대의식은 약한 한국에서 노·사·정 모두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코칸=지식기반혁신 경제는 조직 노동자와 산업계 간의 상호 존중과 파트너십을 고무하고 지원하는 노사 관계를 필요로 한다.한국의 경우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대화를 지속적으로 벌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그에 못지않게 대기업 사용자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들이 사회적 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 노사 지도자들 간 보다 깊은 이해와 대화가 촉진될 수 있다.
◆이=한국에서도 고용.인적자원개발과 관련,지역수준의 노·사·정 파트너십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가 있는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 있나.
◆코칸=파트너십을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가가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가는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비전을 갖고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또한 이들은 지역 내의 기업,벤처캐피털,여타 투자기관,교육 및 노동기관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더들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중앙정부는 교육 재정이나 지방정부 교부금을 통해 지원할 수 있다.
◆이=한국은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사·정 간 중앙수준의 파트너십을 형성해 왔다.
중앙수준에서 사회적 대화가 실효성을 갖기 위한 방안은.
◆코칸=파트너십의 핵심은 분명하고 성취 가능한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숙련개발과 직업훈련,연금 및 사회보장제도 개혁 같은 것이다.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중앙수준의 토론의 장은 이러한 노력들을 적극 지원하고 산업,지역,기업차원에서 유사한 협의체 및 파트너십 조직 구축을 장려해야 한다.
정리=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
------------------------------------------
▶토머스 코칸 미국 MIT 교수
토머스 코칸 미국 MIT대 교수는 "이제는 일을 얼마나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라며 "과거처럼 장시간 일하는 근면성을 소중하게 여기던 전통은 깨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적자원관리와 노사관계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코칸 교수는 23~25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HR포럼 2007'을 앞두고 이원덕 직업능력개발원장과의 이메일 대담에서 이같이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