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계속되는 오보의 원인이 3억원짜리 기상 예측 소프트웨어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란 '군색한 변명'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세계 4위권 성능의 500억원대 슈퍼컴퓨터를 구입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10년 전 구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3억원짜리 '최신' 소프트웨어는 2009년 하반기에나 구입할 예정이라는 것.결국 기상청 설명대로 라면 500억원짜리 슈퍼컴퓨터를 사놓고도 3억원짜리 소프트웨어를 구입하지 못해 앞으로 2∼3년 동안 '반타작 예보'가 불가피한 셈이다.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의 기상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올 들어 계속된 '기상예보 오보 사태'로 신뢰도가 급락한 기상청의 예보시스템에 대한 질타가 잇따랐다.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은 "기상청은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500억원을 들여 슈퍼컴 2호기를 도입했지만 정확도는 도입 이전인 2000∼2003년 74.7%에서 이후인 2004∼2006년 66.3%로 하락했고 올해의 경우 8월까지 60.6%에 그치고 있다"며 "예측 정확도가 슈퍼컴 운영국 11개국 중 10위권의 최하위"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서상기 의원도 "최첨단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소프트웨어 개선 대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만기 기상청장은 "현재 사용 중인 수치예보 모델이 선진국보다 10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2009년 하반기까지 3억원을 들여 영국 기상청으로부터 최신 수치예보 모델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2015년까지 한국형 자체 수치예보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답했다.

500억원짜리 하드웨어를 갖추고도 몇 년 동안 3억원짜리 프로그램을 구하지 못해 오보가 계속된 것이냐는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영국에서 구입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은 전 지구적 기상을 분석하는 것으로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고 한반도 주변 기상은 계속해서 자체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며 "2010년부터 슈퍼컴 3호기가 들어서면 선진국 모델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그 전까진 수치예보 모델을 부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예봉을 피했다.

이 청장은 또 1999년 슈퍼컴 1호기를 도입할 당시 사용하던 연구용 수치예보 모델이 '그럭저럭' 맞아 2호기에도 그대로 장착됐는데 강수율과 단기예보 정확도가 떨어지고 있어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답변도 덧붙였다.이와관련, 기상청 관계자는 "수치 예보 모델은 일반소프트웨어 상품처럼 사고파는 제품이 아니고 한번에 교체해 버릴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선진국에서도 국가별 예보모델은 해당국가의 상황에 맞춰 지속적으로 수정ㆍ보완된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은 "태풍이나 폭설,폭염 등 기상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기상청이 미리 발표하는 예비 특보 정확도는 2002년 82.2%에서 올해는 56.5%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