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정원 확정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학교육위원회가 로스쿨 인가 기준을 마련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당초 10월 중에 인가 기준을 확정할 방침이었으나 위원들 간에 의견이 엇갈려 계획보다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인 김정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는 "지난 18일 네 번째 회의를 가졌으며 이 날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이 마련한 로스쿨 설치인가 심사 기준 연구안에 대한 첫 번째 검토를 끝마쳤다"면서 "앞으로 최소 두 번의 회의를 더 거쳐야 인가 기준을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19일 밝혔다.

위원들은 학진 연구안 중 교육 과정에 대한 항목을 좀더 강화하고 시설과 관련된 항목은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부 위원은 인가 대학 선정 기준에 대학별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감안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관보는 "대학들이 로스쿨 인가를 받기 위해 과잉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어 시설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면서 "일부 위원들이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감안하는 방안도 제시했으나 이 의견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어떠한 항목에 대한 합의도 도출하지 못할 만큼 위원들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 회의는 25일 열릴 예정이다.

인가 기준 발표가 늦춰질 가능성에 대해 대학들은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홍복기 연세대 법과대학장은 "인가 기준이 안 나와 대학 교수들이 지쳐 있는 상황"이라며 "대학들이 학진 연구안에 맞춰 로스쿨을 준비 중인데 인가 기준이 늦어지고 항목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경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도 '로스쿨 총정원을 첫해(2009학년도) 1500명으로 한다'는 정부안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

전.현직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한국대학총장협회는 서울 명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로스쿨 문제를 긴급 안건으로 상정해 "새로 도입되는 로스쿨 제도의 총정원은 전체 대학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재론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정부안은 법조인 양성 주체인 대학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로스쿨 도입 취지와 사법 개혁에도 역행하는 것인 만큼 총 입학정원을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