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조약 승인 합의… 국방ㆍ에너지 안보 등 신속 대처 길 열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이 18일(현지시간) EU 헌법을 대체하는 새 개정조약을 승인했다.

이로써 창설 50주년을 맞은 EU는 오랜 숙원인 정치통합의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EU 각국 정상은 이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회의에서 조문 작업을 마치고 새 개정 조약을 승인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새 조약은 250쪽을 약간 넘는 분량으로 EU 공식 23개 언어로 번역돼 오는 12월 정상회의에서 공식 승인된다.

새 조약은 일부 국가의 반대로 좌초된 EU 헌법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EU 헌법은 2002년 첫 논의 후 2004년 정상회의에서 헌법 초안을 타결했지만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이번 조약에서는 EU에 초국가적 지위를 부여하는 국가와 국기 등 상징에 관한 조항이 삭제됐다.

하지만 EU 대통령과 외교총책을 신설하는 등 기존 헌법의 핵심 내용은 유지됐다.

27개국으로 덩치가 불어난 EU의 효율적 의사 진행을 위해 이중다수결제도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이에 따라 국방,에너지 안보,기후변화,이민과 같은 국제적 이슈에 보다 신속히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최대 단일시장으로 성장한 EU가 이제 하나의 '정치 공동체'로 묶이게 된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자국의 외국 유학생 쿼터제에 대해 5년간 EU의 법적 제재를 유보받는 것을 조건으로 합의를 이뤘다.

불가리아도 유로화의 자국어 표기를 인정받는 대신 새 조약에 합의하기로 했다.

새 조약은 2008년 회원국들의 비준을 거쳐 차기 유럽의회 선거가 시행되는 2009년 상반기 이전에 발효될 예정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이번 합의가 영국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EU 정상들이 합의한다면 조약 비준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아일랜드 외 대부분의 국가는 국민투표보다 쉬운 의회 비준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 여론이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는 데다 영국 등에서도 야당이 국민투표 실시 압박을 가하고 있어 비준 과정에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