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키가 잘 크지 않는 원인으로 초등학생 시절의 '이른 사춘기'가 지목받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키를 키우기 위해 초경을 늦춰주는 주사제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이른 사춘기가 병적인 '성조숙증'에 의한 것인지,왕성한 발육에 따른 '조기성숙'인지를 가려서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양방에서는 성조숙증에 한해 호르몬 치료를 하고 있으나 한의학계는 모든 저신장증에 이런 치료를 적용하는 것은 기계적이며 성인이 돼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삼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조숙증은 사춘기가 여아는 8세 이전,남아는 9세 이전에 시작되는 것이다.

여아가 남아보다 4∼8배 많다.

성조숙증은 성선자극호르몬(난포자극호르몬 황체형성호르몬 등:Gn)이 활성화돼 남성·여성 성호르몬 분비를 유도하고 이에 따라 뼈 연령이 높아지는 대신 성장판이 일찍 닫혀 성장이 멎는다.

반면 요즘 부모들이 걱정하는 것은 '앞당겨진 사춘기'(조기성숙)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아는 에스트로겐,남아는 테스트로겐이 보통 아이보다 일찍 분비돼 발생한다.

이는 질병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키 크는 데 상당한 장애가 될 수 있으므로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여아의 경우 키가 140cm가 되기 전에 여성호르몬이 분비되고 사춘기 징후가 나타나면 성인이 됐을 때의 최종 키는 요즘 평균 키인 162cm보다 작아질 가능성이 높다.

초경이 온 후 성장이 멈출 때까지 대개 5∼8cm 더 성장하지만 초경이 일찍 온 경우에는 10cm가량,초경 전에 이미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되는 상태라면 4cm가량 더 크는 데 그친다.

성조숙증에는 사춘기를 늦추는 루프린(leuprolide acetate)이나 데카펩틸(triptorelin acetate)을 투여한다.

이들 약은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GnRH)의 유도체로 GnRH 수용체를 지속적으로 자극해 둔감하게 만듦으로써 난소나 고환에서 성선자극호르몬이 생성되지 않게 한다.

성선 기능을 억제하므로 전립선암,자궁내막암,하복통·요통·빈혈을 동반한 자궁근종,폐경 전 유방암,과다 월경 등의 치료제로도 쓰인다.

이들 약은 복용자의 5%에서 부종 두통 구토 혈뇨 피부건조 우울증 정선 불안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고 골밀도를 다소 낮출 수 있으나 큰 문제는 아니다.

유은경 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중추신경계 이상,뇌종양,부신피질 질환 등에 의해 나타나는 성조숙증을 경시하면 키가 크지 않고 노화가 빨라지는 비극을 초래하므로 혈중 성선자극호르몬 농도를 측정해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면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GnRH 유도체 투여는 한 달에 한 번씩 2년간 진행해야 하는데 부작용을 우려해 얼마 안돼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하다 말다 하면 효과가 없다"며 "치료를 중단할 때도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 성숙에 대해서는 적절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요법 등이 미완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박승만 하이키한의원 원장은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콜레스테롤 식품(계란 어란 새우 등)을 줄이고 조기 성숙을 유도하는 음양곽 구기자 녹용 석류 파극 등의 보신제를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에 "단백질과 우유 칼슘을 늘리는 식사를 하면서 율무 인진쑥 강황 포황 등 조기 성숙을 억제하는 생약을 쓰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방의 호르몬 치료는 20대까지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30∼40대에 이르러 불임이나 성기능 저하를 초래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