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 없는 입담으로 많은 아줌마 팬을 확보하고 있는 아나운서 오영실이 연기에 도전한다.

26일 대학로 창조콘서트홀에서 개막하는 코믹 뮤지컬 '넌센스 넛 크래커'에서 원장수녀 역을 맡은 것.
가수, 개그맨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들이 뮤지컬 무대에 진출하고 있지만 정갈한 이미지로 인식되는 공채 출신 아나운서가 뮤지컬, 그것도 코믹물에 출연하는 것은 보기 드문 '외도'다.

사실 오씨에게 연기가 처음은 아니다.

유씨어터의 어린이 연극 '하늘,땅,바다이야기'에서 책 읽어 주는 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고, TV 드라마에 카메오로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하지만 뮤지컬 무대에 서서 노래하고 춤추면서 본격적인 연기를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년 간 아나운서의 길을 걸어온 그가 '연기'라는 모험을 감행한 것은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막춤도 추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두 얼굴을 가진 아나운서'로 불리기도 했지만 내면에 숨겨진 끼를 발산하기에는 부족했나 보다.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도 늘 연기에 대한 동경심은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너무 오랜 기간 아나운서를 한 탓에 그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죠. 제가 직접 나서지는 못하고 있던 차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고,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가 아나운서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연기를 넘봤던 것도 역할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정갈한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 아나운서와 달리 연기자는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재창조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부러워요.

나이가 들어도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면서 '장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뒤늦게 연기 도전에 나선 그는 방송 프로그램 출연과 뮤지컬 연습을 병행하느라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공연 개막이 임박한 요즘에는 밤 10시까지 연습하고 있다.

그는 "노래하고 춤추면서 연기하는게 모두 만만치 않지만 무엇보다 몸이 춤을 따라주지 않는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작품에 춤이 많이 등장해요.

젊은 연기자들은 어려움 없이 안무를 잘 따라가는데 저는 몸이 말을 잘 안듣더라구요.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말하는 아나운서와 달리 주어진 대본을 완벽하게 외워 그대로 해야한다는 점도 저에게는 새롭죠."
그는 "뭐니뭐니해도 연습만한 게 없는 것 같다"면서 "본격적으로 공연에 들어가는 11월에는 방송 출연을 줄이고 공연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영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뮤지컬 '넌센스 넛 크래커'는 '넌센스'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이다.

엔젤 수녀원의 수녀들이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대왕' 녹화 방송을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수녀원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주는 작품이예요.

예전 '넌센스'에 비해 수녀들의 나이가 확 낮아진 점이 특징이죠. 젊은 수녀들의 경쾌한 춤과 음악에서 정열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잔소리 많은 원장수녀 역을 맡은 그는 "젊은 연기자들과 같이 호흡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행복하다"면서 "깐깐하면서도 푼수끼 있는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hisun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