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D-1] '다보스맨'과 토착세력간 소통이 세계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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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글로벌인재포럼 개막식에서 기조발표자로 나설 세계적인 석한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 대학 국제관계대학원 학장과 사전 온라인 대담을 가졌다.
후쿠야마 교수는 인재포럼의 취지에 크게 공감한 나머지 작년 출범행사부터 개막연설을 맡았고 올해도 기조발표 외에 윤영관 서울대 교수(전 외무부장관), 리처드 홀부르크 펄수스 펀드 부회장(전 유엔 미국대사)과 동북아 및 남북관계에 대한 대담을 갖는다.
또 트러스트(신뢰) 등 그의 역저를 놓고 국내 독자들과 토론회를 여는 등 인재포럼의 스타 강사로 다양한 활동을 할 계획이다.
인터뷰에서 후쿠야마 교수는 고전 비교문학 정치학을 섭렵한 당대의 지성답게 세계화의 진행 방향과 보완책에 대한 높은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대담=이동우 편집국 부국장
◆이동우 부국장=교수께서 저서 '트러스트(신뢰)'에서 주창한 '신뢰'는 글로벌경제가 봉착한 여러 난관들을 극복할 새로운 가치체계 내지는 규범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신뢰야말로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핵심사회자본'이라는 귀하의 주장은 '다인종 다문화시대 교육의 새로운 이념'으로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 '신뢰'란 홀로 존재하는 가치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산물로서,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협동 규범'입니다. 신뢰는 공동의 규범과 가치, 전통을 존중하는 나라나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생성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신뢰를 그저 그 자체로서의 존재가 아닌 문화적 역사적 차원의 지식체계라는 것을 이해해야 하고 신세대에게 교육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이 왜 그렇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원인을 서로 이해하도록 교육하는데서 신뢰형성이 시작될 것입니다.
◆이 부국장=신뢰가 낮은 사회가 신뢰가 높은 사회로 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후쿠야마 교수=국가차원에선 간단치 않은 일입니다. 분쟁을 진정시키고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 체계를 공고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일 기업이나 대학, 정부부서 등 미시적인 범위에서의 신뢰 구축 작업은 상대적으로 쉽겠지요. 사람들이 조직의 이익을 개개인의 목표보다 우위에 놓도록 가르치는 것이 바로 리더십과 교육의 기능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성공하는 CEO는 직원들이 자신의 작은 이익보다 회사를 먼저 생각하는 풍토를 조성하는데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부국장=세계화의 견인차인 다국적기업들은 월가에서부터 상하이의 신흥증권가에 이르기까지 글로벌경쟁에 유능하게 대응할 인재들을 구하고 교육시킵니다. 그 결과, 이른바 '글로벌스탠더드 인력'의 개념이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후쿠야마 교수=저는 글로벌 경제체제가 일정한 틀에 박혀 균질화(homogenization)된 인재 유형을 낳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국가의 시장에 걸쳐 회사를 운영하는 다국적기업들의 입장에선 마케팅 전략 수립과 인적자원 및 상품 개발 등 여러 경영활동을 위해 현지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이른바 '세계시민(global cosmopolitan)'으로서의 개인보다는 특정 지역의 관습과 취향에 대해 정통한 인재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두 번째로, 문화적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인재들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진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문화 간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는 별 도움을 주진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국가주의와 종교, 민족성 그리고 각종 불화를 일으킬 만한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새뮤얼 헌팅턴 교수가 이른바 '다보스 맨(Davos Man, 매년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지구촌의 공통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세계 정치, 경제, 비즈니스 최고 엘리트들을 가리킴)'이라 일컫는 세계시민적 엘리트는 각 사회에서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실제 그들이 속한 사회를 움직일 만한 정치력도 없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이 속한 사회에 뿌리깊게 귀속돼 있습니다. 글로벌 엘리트는 그들이 세계화되면 될수록 자신이 속한 사회와는 연관성이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도 일부 지역에선 목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보스맨들과 토착민들 간의 소통과 상호존중 정도가 향후 세계화의 운명을 좌우할 것입니다. 기업의 경우 다보스 맨들과 현지 직원들 간의 교류와 역할 분담, 접목이 기업의 지속성장에 결정적으로 중요하겠지요.
◆이 부국장=빌 게이츠는 최근 하버드대학에서 뒤늦게 졸업장(재학 중 소프트웨어사업 창업을 하기위해 중퇴했으며 30여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음)을 받는 자리에서 '기업이 기술과 자본을 활용해서 세계적인 양극화의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다'라는 요지의 연설을 했습니다.
앞으로 다국적 거대기업들이 국가의 역할을 상당부분 대체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세력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는 일부의 견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후쿠야마 교수=기업이 정치인들의 실수를 바로잡을 수는 없습니다. 민간 회사들이 치안을 비롯해 모든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업무를 전부 떠안기란 불가능하지요. 공동보조는 가능하고 확대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웃소싱이나 글로벌 경쟁으로 인한 실업문제를 완화하기위해 직업 재훈련 등을 비롯 인적자원 재활용 등에 대한 투자를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나서야 합니다. 세계화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을 위한 복지재원 등 여러 사회안전망이 필요하지만 교육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뭣보다 중요하고 주효할 것입니다.
◆이 부국장=글로벌경제를 촉진하는 쪽으론 IMF(국제통화기금) 등 관련 국제기구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세계화의 부작용들- 급격한 다문화 다인종 다언어사회로의 진입에 따른 갈등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미흡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후쿠야마 교수=저는 최근 진행 중인 6자 회담이 최종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영구적인 극동아시아의 안정과 신뢰구축을 위한다는 하나의 명제 아래 의견을 일치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중·일 3국이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문제 등도 함께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냉전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창설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어느 정도 비슷한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지금 우리에겐 세계화 과정에서 나온 여러 쟁점들을 한데 모아 구체적인 해법을 만들어 낼 전혀 새로운 비전과 접근 방법이 필요하고 이를 이끌 새로운 세대가 나와야 합니다. 요컨대 세계화에 대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규범과 새로운 세대(리더십)의 출현이 절실합니다.
◆이 부국장=교수님은 최근 저서 '부자의 유전자, 가난한 자의 유전자(원제 Human Future)'에서 유전자 조작의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해선 국제기구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귀하의 생각을 빌려서 교육의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국제기구의 설립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를테면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는 과거 역사해석 및 기록을 놓고 갈등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한·중·일 역사교과서를 공동집필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교육의 초국가화를 통해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확산시키는 아이디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후쿠야마 교수= 훌륭한 아이디어입니다. UN 등 기존 국제기구는 그런 교과서를 선정할 입장이 못 되고 설사 성사된다고 해도 그 과정이 매우 정치적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특히 역사적 이해에 대한 쟁점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겠죠. 국제기구 이전에 세계 각국은 교과서를 어떻게 하면 더욱 다양화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이 부국장=귀하는 작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화된 인재들이 자신의 나라,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그 나라, 그 사회가 발전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미국 등으로의 조기유학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해외유학파들이 큰 파워집단을 형성할 것입니다.이런 추세에 맞춰 한국 공교육의 커리큘럼들을 세계화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 필요할까요? 이를테면 국사보다 세계사를 더 많이 깊이 가르치고 서구식 생활 매너를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치는 것 등이 좋은 결과-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인재육성-를 가져올까요?
◆후쿠야마 교수=학생들로 하여금 다른 언어와 문화, 경험에 대해 익숙해지도록 지도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국제적 감각을 지닌 인재로 훈련하는 방식이 단 한 가지로 정형화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신세대들이 미국 등 서구도 좋지만 가장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을 더 깊이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후쿠야마 교수는
1952년 미국 시카고에서 일본계 이민 3세로 태어났다.
코넬대학에서 서양고전을 전공하고,예일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하고,하버드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1996년까지 랜드연구소에서 선임연구위원을 지내면서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 차장을 역임했다.
2005년부터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정치학자이자 역사철학자인 후쿠야마 교수는 동유럽의 사회주의가 붕괴하기 시작한 1989년 논문'역사의 종언'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2년에는 이 논문을 바탕으로'역사의 종언과 최후의 인간: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을 출간했다.
이 책은 공산권이 몰락하고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함으로써 헤겔과 마르크스적 의미의 역사는 끝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95년에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위해서는 경제 시스템과 함께 사회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내용의 저서'트러스트:Trust'를 출간했다.
미국 대통령 직속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최근 인간 복제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한 '휴먼퓨처(Our Posthuman Future:부자의 유전자 가난한 자의 유전자)'를 출간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인재포럼의 취지에 크게 공감한 나머지 작년 출범행사부터 개막연설을 맡았고 올해도 기조발표 외에 윤영관 서울대 교수(전 외무부장관), 리처드 홀부르크 펄수스 펀드 부회장(전 유엔 미국대사)과 동북아 및 남북관계에 대한 대담을 갖는다.
또 트러스트(신뢰) 등 그의 역저를 놓고 국내 독자들과 토론회를 여는 등 인재포럼의 스타 강사로 다양한 활동을 할 계획이다.
인터뷰에서 후쿠야마 교수는 고전 비교문학 정치학을 섭렵한 당대의 지성답게 세계화의 진행 방향과 보완책에 대한 높은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대담=이동우 편집국 부국장
◆이동우 부국장=교수께서 저서 '트러스트(신뢰)'에서 주창한 '신뢰'는 글로벌경제가 봉착한 여러 난관들을 극복할 새로운 가치체계 내지는 규범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신뢰야말로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핵심사회자본'이라는 귀하의 주장은 '다인종 다문화시대 교육의 새로운 이념'으로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 '신뢰'란 홀로 존재하는 가치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산물로서,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협동 규범'입니다. 신뢰는 공동의 규범과 가치, 전통을 존중하는 나라나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생성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신뢰를 그저 그 자체로서의 존재가 아닌 문화적 역사적 차원의 지식체계라는 것을 이해해야 하고 신세대에게 교육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이 왜 그렇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원인을 서로 이해하도록 교육하는데서 신뢰형성이 시작될 것입니다.
◆이 부국장=신뢰가 낮은 사회가 신뢰가 높은 사회로 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후쿠야마 교수=국가차원에선 간단치 않은 일입니다. 분쟁을 진정시키고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 체계를 공고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일 기업이나 대학, 정부부서 등 미시적인 범위에서의 신뢰 구축 작업은 상대적으로 쉽겠지요. 사람들이 조직의 이익을 개개인의 목표보다 우위에 놓도록 가르치는 것이 바로 리더십과 교육의 기능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성공하는 CEO는 직원들이 자신의 작은 이익보다 회사를 먼저 생각하는 풍토를 조성하는데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부국장=세계화의 견인차인 다국적기업들은 월가에서부터 상하이의 신흥증권가에 이르기까지 글로벌경쟁에 유능하게 대응할 인재들을 구하고 교육시킵니다. 그 결과, 이른바 '글로벌스탠더드 인력'의 개념이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후쿠야마 교수=저는 글로벌 경제체제가 일정한 틀에 박혀 균질화(homogenization)된 인재 유형을 낳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국가의 시장에 걸쳐 회사를 운영하는 다국적기업들의 입장에선 마케팅 전략 수립과 인적자원 및 상품 개발 등 여러 경영활동을 위해 현지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이른바 '세계시민(global cosmopolitan)'으로서의 개인보다는 특정 지역의 관습과 취향에 대해 정통한 인재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두 번째로, 문화적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인재들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진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문화 간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는 별 도움을 주진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국가주의와 종교, 민족성 그리고 각종 불화를 일으킬 만한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새뮤얼 헌팅턴 교수가 이른바 '다보스 맨(Davos Man, 매년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지구촌의 공통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세계 정치, 경제, 비즈니스 최고 엘리트들을 가리킴)'이라 일컫는 세계시민적 엘리트는 각 사회에서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실제 그들이 속한 사회를 움직일 만한 정치력도 없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이 속한 사회에 뿌리깊게 귀속돼 있습니다. 글로벌 엘리트는 그들이 세계화되면 될수록 자신이 속한 사회와는 연관성이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도 일부 지역에선 목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보스맨들과 토착민들 간의 소통과 상호존중 정도가 향후 세계화의 운명을 좌우할 것입니다. 기업의 경우 다보스 맨들과 현지 직원들 간의 교류와 역할 분담, 접목이 기업의 지속성장에 결정적으로 중요하겠지요.
◆이 부국장=빌 게이츠는 최근 하버드대학에서 뒤늦게 졸업장(재학 중 소프트웨어사업 창업을 하기위해 중퇴했으며 30여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음)을 받는 자리에서 '기업이 기술과 자본을 활용해서 세계적인 양극화의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다'라는 요지의 연설을 했습니다.
앞으로 다국적 거대기업들이 국가의 역할을 상당부분 대체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세력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는 일부의 견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후쿠야마 교수=기업이 정치인들의 실수를 바로잡을 수는 없습니다. 민간 회사들이 치안을 비롯해 모든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업무를 전부 떠안기란 불가능하지요. 공동보조는 가능하고 확대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웃소싱이나 글로벌 경쟁으로 인한 실업문제를 완화하기위해 직업 재훈련 등을 비롯 인적자원 재활용 등에 대한 투자를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나서야 합니다. 세계화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을 위한 복지재원 등 여러 사회안전망이 필요하지만 교육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뭣보다 중요하고 주효할 것입니다.
◆이 부국장=글로벌경제를 촉진하는 쪽으론 IMF(국제통화기금) 등 관련 국제기구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세계화의 부작용들- 급격한 다문화 다인종 다언어사회로의 진입에 따른 갈등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미흡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후쿠야마 교수=저는 최근 진행 중인 6자 회담이 최종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영구적인 극동아시아의 안정과 신뢰구축을 위한다는 하나의 명제 아래 의견을 일치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중·일 3국이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문제 등도 함께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냉전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창설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어느 정도 비슷한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지금 우리에겐 세계화 과정에서 나온 여러 쟁점들을 한데 모아 구체적인 해법을 만들어 낼 전혀 새로운 비전과 접근 방법이 필요하고 이를 이끌 새로운 세대가 나와야 합니다. 요컨대 세계화에 대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규범과 새로운 세대(리더십)의 출현이 절실합니다.
◆이 부국장=교수님은 최근 저서 '부자의 유전자, 가난한 자의 유전자(원제 Human Future)'에서 유전자 조작의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해선 국제기구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귀하의 생각을 빌려서 교육의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국제기구의 설립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를테면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는 과거 역사해석 및 기록을 놓고 갈등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한·중·일 역사교과서를 공동집필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교육의 초국가화를 통해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확산시키는 아이디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후쿠야마 교수= 훌륭한 아이디어입니다. UN 등 기존 국제기구는 그런 교과서를 선정할 입장이 못 되고 설사 성사된다고 해도 그 과정이 매우 정치적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특히 역사적 이해에 대한 쟁점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겠죠. 국제기구 이전에 세계 각국은 교과서를 어떻게 하면 더욱 다양화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이 부국장=귀하는 작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화된 인재들이 자신의 나라,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그 나라, 그 사회가 발전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미국 등으로의 조기유학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해외유학파들이 큰 파워집단을 형성할 것입니다.이런 추세에 맞춰 한국 공교육의 커리큘럼들을 세계화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 필요할까요? 이를테면 국사보다 세계사를 더 많이 깊이 가르치고 서구식 생활 매너를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치는 것 등이 좋은 결과-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인재육성-를 가져올까요?
◆후쿠야마 교수=학생들로 하여금 다른 언어와 문화, 경험에 대해 익숙해지도록 지도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국제적 감각을 지닌 인재로 훈련하는 방식이 단 한 가지로 정형화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신세대들이 미국 등 서구도 좋지만 가장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을 더 깊이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후쿠야마 교수는
1952년 미국 시카고에서 일본계 이민 3세로 태어났다.
코넬대학에서 서양고전을 전공하고,예일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하고,하버드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1996년까지 랜드연구소에서 선임연구위원을 지내면서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 차장을 역임했다.
2005년부터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정치학자이자 역사철학자인 후쿠야마 교수는 동유럽의 사회주의가 붕괴하기 시작한 1989년 논문'역사의 종언'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2년에는 이 논문을 바탕으로'역사의 종언과 최후의 인간: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을 출간했다.
이 책은 공산권이 몰락하고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함으로써 헤겔과 마르크스적 의미의 역사는 끝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95년에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위해서는 경제 시스템과 함께 사회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내용의 저서'트러스트:Trust'를 출간했다.
미국 대통령 직속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최근 인간 복제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한 '휴먼퓨처(Our Posthuman Future:부자의 유전자 가난한 자의 유전자)'를 출간했다.